소양2교의 안개.
소양2교의 안개.

 

五: 다섯 오

五자는 ‘다섯’이나 ‘다섯 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옛날에는 나무막대기나 대나무를 일렬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숫자를 표기했는데, 五자는 나무막대기를 엇갈려 놓은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里: 마을 리

里자는 ‘마을’이나 ‘인근’, ‘거리를 재는 단위’로 쓰이는 글자입니다. 里자는 田(밭 전)자와 土(흙 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밭과 흙이 있다는 것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란 뜻이고 이런 곳에는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니 里자는 ‘마을’이라는 뜻을 갖게 된 것이지요. 또 里자는 거리를 재는 단위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1리는 약 400m의 거리를 의미했습니다.

霧: 안개 무

霧자는 ‘안개’나 ‘안개 자욱하여 어둡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霧자는 雨(비 우)자와 務(힘쓸 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안개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지면에 닿아 비가 내린 듯 지면을 축축하게 만드니까요. 務자는 ‘힘쓰다’나 ‘업무’라는 뜻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발음만을 빌려오고 있습니다.

中: 가운데 중

中자는 ‘가운데’나 ‘속’, ‘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군 진영 가운데에 깃발을 꽂아놓은 모습입니다.

성어에 읽힌 옛이야기

중국 후한 시대에 ‘장해’라는 어진 선비가 있었습니다. 장해는 인품이 훌륭하고 학문이 깊어 사방에 이름이 높았지요. 황제가 그 명성을 듣고 여러 번 데려오려고 했지만 장해는 그때마다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궁궐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사실은 조정에 들어가 간신배들과 다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장해 곁에는 언제나 100여 명이 넘는 제자들로 북적거렸다. 그를 존경하는 선비들은 그와 가까이하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장해는 돈이나 권력을 두고 사람들이 다투는 세속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화음산이라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숨어서 살기로 했지요. 산속에 살면서 약초를 캐다 팔아 생계를 이어 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장해가 화음산에 살고 있다는 소문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자네, 소문 들었나? 장해 선생이 화음산 기슭에 산다는구먼. 난 그쪽으로 옮겨 갈 생각이네.”

“그래? 그렇다면 나도 그곳으로 옮겨 가야겠네.”

장해가 사는 화음산은 그를 쫓아온 사람들로 다시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음산 남쪽 기슭에 시장이 생길 정도였지요.

그런데 장해는 학문뿐만이 아니라 도술에도 뛰어났습니다. 깊은 산속까지 쫓아오는 사람들이 생겨나자 도술을 사용해 안개를 만들어 숨어버렸습니다. 어찌나 도술이 강력했던지 사방 5리가 안개로 뒤덮였다고 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도저히 장해를 찾을 수 없었고 ‘오리무중’이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고사성어의 의미

5리(里)나 되는 안개 속이라는 뜻으로, 어떠한 일의 진행에 대하여 예측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

출전: 《후한서》 〈장해전〉.

홍석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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