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리 춘천은둔형외톨이자조모임 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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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작가였다. 중학교 교지에 단편소설을 실은 이후 대학에 가서는 시 동아리에 들어가 장르를 변경해 보았으나 문학에 뛰어난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성실한 독자로 살기로 했다.

어릴 때는 동화를 많이 읽었다. 집에 이원수 아동문학 전집이 있었는데 그 책들을 읽고 또 읽었다. 더 읽을 책을 찾으러 도서관에도 가고 동네 서점에도 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방은 ‘미운 돌멩이’다. 1990년대 초 전국에 생겨난 어린이 전문서점 중 하나였는데, 5평 정도밖에 안 되는 책방에는 볕이 잘 들어 항상 따뜻했고, 책방 선생님은 책갈피 같은 작은 선물을 주시곤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일본소설들을 많이 읽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는 유미리다. 재일교포로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대표작인 《가족 시네마》로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몇 년 전에는 후쿠시마 원전 근처로 이주하여 서점을 열었다고 한다. 그는 “전쟁과 원전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6·25전쟁을 피해 내쫓기듯 삶의 터전을 떠나온 나와 후쿠시마 주민들이 느끼는 고통의 근저는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시집을 읽기 시작했다. 최승자·김기택,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아리 선배들의 시들이 좋았다. 선배들하고 술 마시며 밤새 시 이야기하다 새벽녘 첫차를 타던 기억도 좋았다.

그리고 최근 10년간은 소설과 시에서 멀어졌던 것 같다. 소설책과 시집을 대신할 영상들에 빠져 살았다. 그리고 현실이 더 문학적이었다. 괴롭고 기쁜 순간들이 활자가 아닌 현실에서 펼쳐졌기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나 세계에 갇힐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난해 말 출간된 박참새의 《정신머리》라는 시집을 읽고 다시 문학의 세계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참새 시인은 ‘가상실재서점 모이’를 운영하며, 책 리뷰와 낭독을 하는 팟캐스트 ‘참새책책’을 진행한다. 지난해 김수영문학상을 받고 “누가 시 왜 쓰냐고 하면은 ‘내 깡패 되려고 그렇소’라고 답하면 되겠습니다”라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한편, ‘나는 서점에 갈 시간도 없고, 당장 책 한 권 살 돈도 없다’라는 이에게 추천하는 시집이 있다. 바로 계미현의 《현 가의 몰락》이다. 이 책은 국내 최초 웹 시집이다. 그는 시집이 꼭 게임 같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시집을 읽으려면 인터넷 주소창에 다음 글자들을 입력하면 된다. thefallofthehyun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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