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시행령 개정…상한액 110만 원에서 150만 원 인상
시의원 연봉 5천만 원 육박···“여론조사, 신뢰성 담보 어려워”

이슈칵테일’이 열 번째 주제로 지방의회 의정 활동비 인상 문제를 다뤘다. 왼쪽부터 김대건·오동철·권용범·박인옥·전흥우.
이슈칵테일’이 열 번째 주제로 지방의회 의정 활동비 인상 문제를 다뤘다. 왼쪽부터 김대건·오동철·권용범·박인옥·전흥우.

 

‘이슈칵테일’이 열 번째 주제로 지방의회 의정 활동비 인상 문제를 다뤘다. 토론에는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오동철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 김대건 강원대 사회과학대학장, 전흥우 이사장, 박인옥 협동조합 퍼니타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전흥우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방의회 의정 활동비 지급 범위가 광역은 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기초는 월 11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각각 인상되면서 전국 각 지방의회가 일제히 의정비 인상에 나서 비판 목소리가 높다. 춘천시에서는 최근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인상이 적절하다”라고 응답했다며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여론조사 없이 형식적인 공청회를 열었다. 그나마 여론조사가 시민 의사를 묻기에 좀 낫지만, 고작 500명 대상의 여론조사로 명분을 쌓는 방식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오동철

여론조사에서 시민들 찬성이 높게 나온 게 놀랍고 의아하다. 설문 문항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 각 의회는 20년 동안 의정 활동비가 인상 안 됐고 그동안의 물가 인상률이 50%를 넘어가는 상황이기에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의정 활동비에 대한 원론적인 문제를 따져야 한다. 

의정 활동비는 일종의 업무추진비 성격이 강하다. 사용처와 사용 기준 등 타당한 근거 없이 인상을 주장하는 건 이치에 안 맞다. 의정 활동비 중 가장 큰 게 유류비라는데 그럼 출퇴근 비용을 의정 활동비에 포함할 것인지도 따져야 한다. 의정 활동비를 올려서 의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월급에 해당하는 ‘월정 수당’을 현실화하자고 주장하는 게 맞다. 20년 동안 오르지 않았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설득이 안 된다. 20년 전에 이 법이 만들어질 당시 의정 활동비를 ‘지급할 수 있다’이지 ‘지급한다’가 아니다. 

전흥우

권용범 사무처장이 생각하기에 공청회나 여론조사 방식 말고 좋은 공론 과정이 없을까? 

권용범

현실적으로는 그렇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 이상으로 인상할 때는 공청회나 여론조사로 시민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법령상에 명시되어 있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 이내로 인상했을 때는 두 가지 과정을 다 생략했었다. 그러면 심의기구에서 재정 여건, 의정 활동 성과 등 지표를 평가해서 타당한 인상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자료를 항목별로 평가할 여건이 미비하다. 

대부분 단순한 출석률, 조례 통과 숫자 등 이런 통계를 가지고 심의를 하게끔 자료를 준다. 이런 것들로는 의정비 인상에 충분한 이유인지 심의위원회가 판단하기 충분하지 않다. 특히 자료요구권 자체도 특별히 정해진 게 없다. 만약 심의위원회에서 의정 활동에 대해서 개선점이나 의원 겸직 관련 자료를 요구했을 때 의회가 자료 제출을 의무적으로 할 이유가 없다. 제대로 된 자료도 없고 자료를 제대로 받을 수도 없으니 심의위원회가 기댈 수 있는 거라곤 공무원 보수 인상률 이상으로 인상할 때는 공청회나 여론조사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그마저도 거수기 공청회가 대부분이고 여론조사도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오동철

심의위원회도 구성 자체가 의원들 입맛에 맞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또 공청회도 공무원들, 의원들, 일부 관변단체들이 자리를 채우니 반대 토론이 불가능하다. 

전흥우

지난해 도의원 의정비는 5천517만 원이었는데 올해 5천580만 원으로 63만 원 정도 올랐다. 이에 더해 의정 활동비를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월 50만 원을 인상하겠다는 건데, 그럼 600만 원이 더 늘어난다. 총액으로 따지면 12% 정도 늘어나 연봉이 6천180만 원이 된다. 춘천시의원 의정비는 지난해 월정수당 3천84만 원에 의정 활동비 1천320만 원을 합해 4천404만 원이었는데, 역시 올해 월 40만 원씩 연간 480만 원을 올리면 연봉으로 4천900만 원에 달한다. 현행법상 의정비 결정은 재정 능력과 의정활동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김대건 학장은 어떻게 보는가?

김대건

초기의 지방의회 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이를 유급제로 전환한 것은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여 젊은 세대가 의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의원의 전문성을 담보하고 겸직을 막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 취지와 다르게 오늘날 지방의회에는 젊은 의원들이 거의 없고 겸직 활동 금지도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편 반복되는 의정비 인상의 문제의 핵심은 상품의 질로 평가받는 경쟁적 기업과 달리 선거 이후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지방의회는 그 질적인 평가는 고사하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시민이 주인이지만 공복인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비 인상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실상 갖고 있지 않다. 의정비 인상에 관한 평가 지표를 만들어서 매년 객관적인 보고서가 나와야 한다. 의정비 인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시민, 시민사회단체, 의원들이 협의해서 정해야 한다. 

전흥우

박인옥 대표는 30대 청년 세대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박인옥

능력있는 청년들이 좋은 의정을 펼칠 수 있도록 ‘적당한 보수’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청년 대부분이 의정비의 개념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월정 수당과 의정 활동비, 여비로 구분이 되어 있는 줄 모르고 막연히 연봉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물가가 올랐으니 의정 활동비 인상이 필요하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라고 한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때문에 의정 활동비 인상에 있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와 ‘제대로 알렸는지’가 중요하다. 시의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하려면 표본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충분한 설명과 타당한 질문이었는지 등도 따져야 한다. 그리고 시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기본급·인센티브·연봉 등 의정비를 일반적인 개념으로 다시 정리했으면 좋겠다.

권용범

둘 다 월급의 성격이다. 월정 수당은 매년 이제 공무원 봉급 인상분만큼은 자동 인상이 된다. 더 올릴 수 있는 거는 4년마다 한 번이다. 그러니까 매년 올리고 4년마다 사실상 연봉 협상을 새로 하는 셈이다. 더 많이 올리고 싶으면 공청회나 여론조사를 해야 하는 데 공청회는 인상을 전제한다. 그래서 여론조사를 하는데 문항을 제대로 넣으면 시민이 반대한다. 그러다 보니 의정 활동비의 상한액을 높이는 방식으로 계속 국회에 건의한 거다. 지방의원들은 사실상 국회의원 선거에서 산하 조직이니 국회의원 선거 앞두고 지방의원들 손을 들어준 거다. 지역의 민심이나 시민 의견은 상관없고 자기들끼리 결정한 거다. 

김대건

개인의 의정 활동을 평가해서 개인별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의회를 하나의 조직으로 보고 조직 역량을 평가하는 지표들을 선정해서 평가하는 건 가능하다. 행정기관이나 지방공기업 등 조직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처럼 말이다. 조례 발의 건수와 질, 의미 없는 다툼이 아닌 여야 토론이나 여론 공론장 개최 횟수, 의회 활동에 대한 주민만족도에 기초한 정량·정성적 평가, 의정 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의 비용 공개 자료에 기초한 평가 결과를 가지고 여론조사와 공청회를 거쳐 의정비를 결정하면 어떨까? 

오동철

월정 수당을 보장하고 의정 활동비는 보조 수당이어야 하는데 거꾸로 의정 활동비가 주가 되고 월정 수당이 보조 수당이 되고 있으니 법률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 의정 활동비는 사용 기준을 정하고 사용 세부 내용을 의회 홈페이지에 공개하게끔 해야 한다. 

권용범

공감한다. 덧붙인다면 차라리 그냥 의정비로 통합을 해서 다 책정해서 주고 거기에 대해서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흥우

의원 겸직도 문제다. 보도에 따르면 시의원 23명 중 12명이 겸직인 걸로 알려졌지만, 어떤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업 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권용범

겸직금지는 법률로 규정됐는데, 이해관계가 있으면 안 되고, 그렇지 않으면 상관없다. 강원도의 경우 49명 의원 중 24명이 겸직 신고를 했고 그중 19명이 보수를 받는다. 지방의원 겸직 공개 의무 조항이 신설되어 홈페이지에 공개하게 돼 있는데, 기초지자체 몇 곳 만 공개하고 있고 그나마 보수액은 안 나온다. 의무지만 안 해도 처벌 규정이 없다. 그런데 정보공개 청구하면 상세하게 다 알려준다. 결국, 관련 법에 따라 조사는 하지만 시민에게는 공개 안 하고 싶은 거다.

전흥우

법적으로 어떻게 보완해야 하나? 

권용범

규제 조항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법령 개정이 되려면 전 국민의 이슈화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경실련도 지방의회를 감시하는 조직이 전국적으로 꾸려져서 여러 가지 조사를 하는 데 제도 개선까지 이끌 여력이 없다. 일단 문제를 지적하고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흥우

지방의회가 실제로 그 정도 급여를 받을 만큼의 가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쭉 지켜본 입장에서 어떤가? 

권용범

의정비 심의가 4년에 한 번 일괄적으로 하게 돼 있는데, 이것도 2년에 한 번 정도로 바꿔서 중간 평가 성격을 가져야 한다. 

박인옥

지방의회의 역할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서 평가하기에는 개인차가 커서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의회를 감시하는 주민들도 많이 부족하다. 지역 살림에 관심이 많은 시민층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모니터링 기구가 생겼으면 좋겠고, 이를 의무화할 수 있는 법률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특히, 지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지방분권을 외치는 지금, 지방의원 의정 활동비까지 중앙에서 결정하는 건 여전히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각 지자체의 상황이 전부 다른데도 말이다.

전흥우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잘하면 지방의회 무용론이 왜 나오겠는가? 이번 의정비 졸속인상이 제도적 개선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하겠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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