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
법 확대 나흘 만에 사망사고 잇따라 발생
고용노동부, “산업안전 대진단 참여해 달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일 정부와 국민의힘이 수정 제안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에 대해 최종 거부했다.

지난달 27일부터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됐다. 이미 법이 시행되었지만 국민의힘은 중소기업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개정안을 발의해서 법 시행을 유예시키자며 막판까지 민주당을 설득했다.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을 조건으로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논평을 통해 “정부와 여당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가 무산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재해의 책임소재를 찾아 처벌하는 것을 넘어 재해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를 통해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중대시민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1년 만들어진 법이다.

중대재해는 사망사고나 동시에 2명 이상이 중상을 입는 사고 등의 중한 사고를 의미하는데, 그동안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의 대부분은 안전보건조치의무가 취해지지 않아 일어난 인재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안전보건의무를 취하도록 의무를 강화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을 강제하도록 하는 법률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처벌은 사업주가 이러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한해 이루어지며,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고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를 이행한 상태라면 사고가 나도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한다.

조금 더 시간을 달라 VS 기본적인 안전 조치

전국 중소기업 대표 3천500여 명은 지난달 31일 국회에 모여 지난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 달라고 촉구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영세 사업장이 다수 포함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조적 취약점을 해소하지 못한 채 무작정 처벌만 시행하면 83만7천 개에 달하는 사업장이 처벌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하려는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3년이라는 충분한 준비 기간에도 준비 부족을 이유로 유예시켜달라는 생떼를 쓴다”면서 “국회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또다시 유예한다면, 이런 죽음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확대 적용 나흘 만에 잇따른 사망사고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된 지 나흘 만인 지난달 31일까지 영세사업장 2곳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9시 부산 기장군 한 폐알루미늄 수거·처리업체에서 37세 노동자 1명이 집게차로 폐기물을 내리던 중 화물적재함 사이에 끼여 사망했으며, 같은 날 오전 9시 30분 강원도 평창군에서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던 46세의 중국 국적의 노동자 한 명이 5.6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에 따라 이번 사망사고가 발생한 두 사업장은 수사를 받게 됐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강원지역본부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강원도에서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전면 시행 이후 불과 나흘 만에 첫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에서 전국 첫 사례가 나온 지 30분 만에 벌어진 사고”라면서 “소규모 공사현장이나 사업장에서의 떨어짐, 부딪힘, 깔림 등 기본적인 안전 규정만 지켜도 예방할 수 있는 사고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노동자가 사망해도 사업주는 자신의 경영에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 대진단 모두 참여해 달라

정부도 안전사고 방지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지난달 29일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고용노동부-공공기관 안전보건리더회의’를 개최, 10대 공공기관(①국가철도공단, ②인천국제공항공사, ③한국농어촌공사, ④한국도로공사, ⑤한국수력원자력, ⑥한국수자원공사, ⑦한국전력공사, ⑧한국철도공사, ⑨한국토지주택공사, ⑩한국환경공단)이 한자리에 모여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 수행을 다짐했다.

이 회의에서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여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에 따라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조속히 구축·이행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지원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50인 미만 기업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됨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뿌리내리고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산업안전 대진단에 전국 83만7천 개의 50인 미만 사업장이 모두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산업안전 대진단은 50인 미만 사업장에게 사업장의 안전수준을 스스로 진단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3개월간 집중실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정부의 컨설팅·기술지도·재정지원 등 맞춤형 지원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홍석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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