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현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지난 26일 경기 수원시에 문을 연 초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수원’이 개장했습니다. 지하 8층·지상 8층으로 축구장 46개 규모를 자랑하는 엄청난 규모인데요, 특히 지역 스타필드 최초로 별마당 도서관이 들어서 책을 좋아하는 인근의 시민들이 반기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도서관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도서관은 단지 책을 보관하는 장소 이상의 특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번에는 도서관에 대한 재미있는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세계 최초의 도서관은?

현재까지는 세계 최초의 도서관은 신아시리아의 아슈르바니팔 왕이 세운 도서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아시리아는 메소포타미아 문명 중 하나인데요, 현재 이라크·시리아·레바논·요르단·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의 나라들이 있는 곳이지요.

당시의 도서관은 보통 왕이 직접 만든 왕립도서관이거나, 종교와 관련된 책을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원 소속의 도서관이었습니다. 이 당시의 책은 요즘과 같은 종이가 아니라 흙으로 만든 점토판에 갈대를 이용해 문자를 새긴 형태였습니다. 이렇게 새겨진 문자를 쐐기 문자라고 하지요.

사실 점토판에 쓴 글자는 잘 지워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불이 나더라도 종이·나무·가죽과 달리 오히려 더 단단해지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꽤 많은 양의 유물이 전해질 수 있었지요. 하지만 점토판 책에도 물론 단점이 있겠지요. 무엇보다 심각한 단점은 너~무 크고 무겁다는 점입니다. 아슈르바니팔 도서관은 지금의 크기로 보자면 수십만 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컸지만, 점토판 책은 겨우 3만여 개밖에 소장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슈르바니팔 도서관에서 발굴된 점토판 책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대해 매우 중요한 자료를 제공했습니다. 《길가메시 서사시》, 《에누마 엘리시》 등의 문학뿐만 아니라 어학·점성술·수학·군사·의학 등등의 다양한 기록물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책들은 영국이 가져가 대부분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지요.

가장 유명한 도서관은?

‘가장 유명한 도서관’의 기준은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만약 열 곳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빼놓는 사람은 드물 것 같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이집트의 왕(파라오)인 프톨레마이오스 2세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세운 도서관입니다. 당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고, 학자들로부터 세계의 모든 지식을 모았다고 극찬을 받았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2세와 그의 아들 프톨레마이오스 3세는 이집트는 책을 모으는 데 엄청나게 공을 들였는데, 예를 들자면 항구에 들어오는 모든 배는 책을 1권 이상 도서관에 빌려줘야만 했습니다. 도서관은 빌린 책을 열심히 옮겨 적어서 도서관에 보관했던 것이지요. 심지어 거금을 주고 아테네에서 빌린 귀중한 책을 복사한 뒤에 원래의 책은 도서관에 두고 복사한 책을 돌려줬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답니다.

그렇게 모은 책은 당시로서는 믿을 수 없는 규모인 70만 권에서 130만 권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몇 차례의 화재가 발생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고 말았지요. 2002년 이집트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있던 자리에 현대식으로 도서관을 재건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도서관

우리나라는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전쟁 등으로 인해 오래된 기록물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편입니다. 가장 오래된 역사서가 비교적 최근에 기록된 12세기의 삼국사기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렇지요.

조선후기의 실학자인 이덕무는 《청장관전서》라는 책의 서문에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당나라 이적이 고구려를 평정하고는 동방의 모든 서적을 평양에다 모아놓고 우리나라의 문물 중국에 뒤지지 않는 것을 시기하여 모두 태워버렸으며, 신라 말엽에 견훤이 완산을 점령하고는 삼국의 모든 서적을 실어다 놓았었는데, 그가 패망하게 되자 모두 불타 재가 되었으니, 이것이 3천 년 동안 두 번의 큰 재앙이다.”

중국 《구당서》라는 책에는 ‘고구려 사람들은 책을 좋아해서 고을마다 네거리에 경당이라는 도서관을 지어 독서를 즐긴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요. 어느 나라보다 책을 사랑했지만 몇 번의 불행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많은 책들이 전해지지 못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서서는 규장각을 활용해 많은 책을 모으고 보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규장각은 조선의 왕실 도서관으로, 직접 책을 출판하기도 하고 외국에서 좋은 책들을 사서 모으기도 했지요.

일제강점기가 되면서 규장각의 책들은 조선총독부로 넘어갔다가 1923년 경성제국대학이 설립되면서 이관됐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서울대학교로 옮겨졌고, 현재 서울대 규장각에는 고도서 17만5천여 권, 고문서 5만여 점 등을 소장해 한국 최고의 도서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홍석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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