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란 더불어 사는 삶

 

차 없이는 이동이 불편한 요즘이다.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생업이나 직장 생활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기본적으로 운전면허증을 취득해야 한다. 김남은은 춘천에서 초·중·고를 나와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에서 학감으로 일하고 있다. 전반적인 학원의 운영과 경영은 물론 강사와 수강생 관리가 그의 주된 일이다.

이제 춘천에 남은 자동차운전학원은 단 두 곳뿐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학원이 없는 게 장점이기도 하지만, 학원이 잘 운영된다고 오래 꾸준히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은 내가 좋아해서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일과 삶의 균형이 맞아야 오래 갈 수 있다. 운전학원은 시스템 안에서 정해진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 데, 사실 운전학원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90% 이상이다.

“춘천은 교육도시잖아요. 외국인 유학생들이나 학생들이 많고 외국인 부인을 둔 다문화 가정이나 새터민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운전면허시험은 쉽지 않습니다. 수강생 중에 베트남 출신 아이 키우는 엄마가 있었는데 언어가 달라 시험에 떨어졌어요. 수강생 중에는 속상해서 울기도 하고 시험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남은이 진짜로 하는 일은 단순한 수강생 관리가 아니다. 각기 다른 목적으로 학원을 찾아온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수강생들이 운전면허증이란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는 순간까지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운전면허증을 따는 목적은 분명하다. 생업에 필요해서, 출퇴근이나 출장을 위해서, 아이들을 통학시켜야 해서 등등…. 학생뿐 아니라 경찰·소방직·군인·사회복지사 등은 기본적으로 운전면허증이 필수다. 

생계를 위한 것이든 편의를 위한 것이든 운전면허증은 누구나 꼭 필요한 자격증이지만, 누구나 쉽게 딸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일상으로 쓰는 말도 ‘새터민’이나 외국인들에겐 낯설고 알아듣기 어렵다. 우리는 ‘시동을 건다’라고 말하지만, 새터민은 ‘발동을 건다’라고 말해야 알아듣는다. 교차로라는 걸 처음 본 새터민들도 있다. 

기능적인 운전능력만 판단하기 전에 이 사람이 왜 운전면허증을 따려고 하는지,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 개인마다 다른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수강생들이 면허를 딴 순 간,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등산 마니아인 그는 ‘청춘산악회’ 회장이기도 하다. 그에게 일이란 더불어 사는 삶이다. 산이 처음인 사람도 낙오하면 안 된다. 산에 올랐다 내려올 때까지 모두가 안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는 건 등산이나 인생이나 다르지 않다.       

 

김지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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