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세계 문화여행’, “기후를 알면 인류가 보여요!”

소양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한눈에 보는 세계 문화여행’ 수업 장면.
소양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한눈에 보는 세계 문화여행’ 수업 장면.

 

겨울이 춥다고 하지만, 춘천의 작은 도서관들의 겨울나기는 따뜻하다. 특히 소양도서관이 준비한 겨울나기는 다채롭고 유익해 보였다. 소양도서관에서 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 초등학생들이 많이 몰린 수업을 찾아가 보았다. 세계 지리와 기후의 특징, 대륙별 문화와 역사 이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한눈에 보는 세계 문화여행’이 그것이다.

역사 전문 김미숙 강사가 강의하는 이 프로그램은 초등 3~5학년 학생 10여 명이 1월과 2월 매주 목·금 두 시간씩 수업을 듣고 있었다. 강사와 학생들이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게 보통 친한 것이 아니었다. 몇 번의 수업으로도 이렇게 친해질 수 있다니 강사 선생님의 다정함과 통솔력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수업의 주제는 ‘기후 제대로 알기’. 기후를 알면 역사가 보이고 문화가 보인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지 수업을 듣다가 초등학생들보다 더 빠져들어 나도 몰래 손뼉을 치고 있었다. 강사가 준비한 PPT는 황홀한 만큼 멋졌다. 탄자니아 세렝게티가 짝 펼쳐지면서 야생동물들이 뛰어다니는 초원으로 사바나 기후를 설명한다. 나라 전체가 국립공원이어서 주민들 대부분이 국립공원 지킴이로 먹고산다는 탄자니아의 기후를 소개하는데, 그 이면에 코끼리의 멋들어진 상아로 돈을 벌기 위해 동물을 학대하고 착취하는 인간들의 욕심들을 보여준다. 엄청난 동물 학살의 위협에 처한 나머지 생존 본능으로 상아 없는 코끼리가 탄생한다는 이야기쯤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 탄성을 지른다. 코끼리 똥으로 주택 재료를 만든다는 것에서 시작해 변비에 걸린 코끼리를 관장했던 조련사가 코끼리 똥에 깔려 죽었다는 ‘웃픈’ 이야기에 학생들은 입을 크게 벌리며 왁자지껄 웃음꽃을 피운다. 질문이 폭발적이다.

뱀이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기둥을 사각형으로 만들었더니 환경에 적응해 사각형으로 똬리를 튼다는 독뱀 이야기, 아마존 삼림의 훼손으로 흙탕물에 눈을 감고 다니다가 눈이 퇴화해 자국만 남고 눈이 사라졌다는 핑크 돌고래 이야기, 지각 변동으로 아래에 묻혀 있다가 수면 위로 올라와 유물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을 뽑을 수도 없고 기계로도 청소할 수 없어 사람들이 밧줄을 타고 손으로만 청소해야 한다는 앙코르와트 이야기, 건조기후에 사는 흑인들의 검은 피부가 햇빛을 많이 받아 촉촉하고 부드러운 피부를 지녔다는 이야기, 삼성전자가 밤에는 추운 사막 지역에 비행기 가득 난로를 싣고 가서 다 팔고 돌아왔다는 이야기, 온대 기후인데도 사막에 공장을 지어 중금속으로 오염된 사막 바람이 우리나라로 넘어와 황사 현상이 심하다는 이야기까지.

기후 이야기를 통해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로 이어지는 수많은 사례가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학교에서도 배울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렇게 방학 동안 친구들끼리 모여서 좀 더 풍부한 자료와 증거들을 가지고 세계 각국의 기후를 통해 지구의 기후 위기를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는 게 강의의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김미숙 강사는 아직은 개구쟁이인 학생들의 장난기가 사랑스럽다는 표정이다. 작은 도서관들의 겨울나기 프로그램들이 학생들의 여가를 빛나는 지성으로 채워주는 것 같아서 춘천 시민으로서 고마웠다. 2월 말까지 계속 진행되는 수업들이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온돌방처럼 학습의 온기를 더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김미숙 역사 전문강사.
김미숙 역사 전문강사.

 

김정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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