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장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장

춘천사회혁신센터에서 5년 동안 일했습니다. 우리는 사회혁신이 우리가 당면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새로운 솔루션을 생각하고 용기 있게 시도해 보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빈곤·기후위기·고령화 같은 시대의 큰 조각들은 해결방안을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폐지수집 리어카 개선, 일회용 플라스틱 재생, 이웃 관계망 구축 같이 일상의 구체적인 불편으로부터 고민해 왔습니다.

요즘은 지역이라는 말 대신 ‘로컬’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보다 로컬의 매력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더 필요하다는 정책 환경의 변화도 느껴집니다. 굳이 ‘로컬’이라는 외래어를 고집하는 것은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담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로컬이 지역과 다른 개념이 되는 것은 단순히 지리적 범위나 행정적 경계가 아니라 그 지역이 가진 고유한 환경과 사람들의 태도, 정서처럼 그 지역만의 ‘방식’이 담길 때입니다. 

막국수는 강원도 화전민들이 만들어 먹던 차가운 메밀국수입니다. 돌무더기 비탈길에도 잘 자라는 메밀을 갈아 만든 국수는 고된 노동의 허기를 채워 주었을 것입니다. 냉면은 평안도 선비들의 상에 오르던 차가운 메밀국수입니다. 정갈한 고깃국물과 동치미로 맛을 낸 육수에 담아내는 국수는 세상을 읽는 공부의 열기를 식혀주었을 것입니다. 춘천막국수는 산간 노동의 척박함을 담아 로컬을 보여주고 평양냉면은 책상 공부의 치열함을 담아 로컬을 보여줍니다.

시간과 공간이 거의 동시간대에 구성되는 현대 사회의 로컬은 획일화되고 있습니다. 미디어가 만든 유행이 잠깐 다름을 보여주지만 결국 다시 하나로 수렴됩니다. 돌아보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로컬은 자기만의 이유와 여유로 남다른 방식을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로컬 브랜딩은 드러나지 않은 지역의 고유한 자연·예술·역사·장소·사람·기술 등의 자원을 발굴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의 매력을 높이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춘천다운 라이프스타일과 태도, 그리고 감각을 찾을 때 외부 방문자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우리 도시를 방문하게 되고, 내부 주민들은 자긍심을 가지고 우리 마을에 정주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춘천처럼 작은 도시가 서울의 규모와 크기만을 쫓아서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합니다. 바꾸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과 변화의 방식, 새로운 기술을 우리가 사는 지역과 강하게 연결할 때 고유성과 새로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작은 도시에서 시작한 실험이 큰 성과를 만들기는 아주 어렵고 대중적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비용과 실패의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며 춘천의 방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의 방식이 분명해질 때 작은 도시도 더 큰 세상과 연결되는 브랜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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