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동 새로움공원 입구에 쌓인 생활폐기물과 재활용품
석사동 새로움공원 입구에 쌓인 생활폐기물과 재활용품

 

“산처럼 쌓인 쓰레기는 언제나 고장 난 문명의 첫 번째 신호다.”

- 로맹 가리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로 가는 자원순환 시스템 안내서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 책 첫 페이지의 내용이다. 만약에 주변을 둘러보았다면 책 제목처럼 설날 연휴 동안 쓰레기 수거가 이루어지지 않은 ‘우리 곁의 쓰레기’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연휴 마지막 날 오후 주택가 근처 공원 앞에 생활폐기물과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품이 뒤섞여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상가 앞 인도 보도블록 위에는 명절 선물 포장으로 사용된 스티로폼 상자와 비닐이 원활한 보행에 어려움을 줄 정도로 놓여있었다.

현재 춘천의 생활폐기물 시설은 매립용 쓰레기와 소각용 쓰레기, 재활용품과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네 곳으로 나뉘어 있다. 지자체마다 매립장과 소각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생활폐기물 발생량부터 줄이는 게 시급하고 수거한 쓰레기는 재활용품 선별을 철저히 해서 자원순환율을 높여야 한다. 자원순환이란 생산이나 소비 등의 경제활동에 수반하여 불필요한 것이 발생하지만, 그들을 폐기하지 않고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춘천시는 자원순환도시 조성을 위해 순환자원 회수로봇인 ‘네프론’을 모두 14곳에 설치했다. 네프론은 인공지능 로봇으로, 재활용 가능한 순환자원을 선별·회수하는 일을 한다. 수퍼빈 앱을 이용하면 수거기에 쌓인 재활용 자원인 투명페트병은 개당 15포인트, 음료 캔은 10포인트가 적립된다. 2천 포인트부터는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주택이나 빌라 등에서 재활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네프론을 통해 재활용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취지로 도입한 방식이지만, 투입 개수는 1인 1일 100개(1회 50개)로 제한돼 있다. 기기 고장이나 수거함 용량이 꽉 찬 경우엔 이용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3R은 절약(reduce)·재사용(reuse)·재활용(recycle)으로 자원순환을 위한 실천이다. 춘천지역 내 자원순환 의미를 담아 운영했던 제로웨이스트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친환경 수세미와 대나무 칫솔, 천연 세제 역할을 하는 무환자나무의 열매인 소프넛, 천 행주 등을 판매하고 방문객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나누고 가져갈 수 있는 공간이었던 요선당과 제로 웨이스트 콘셉트의 카페로 친환경 제품도 판매했던 어거스트 등의 사례를 보더라도 자원순환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조성은 개인적인 관심과 노력만으로는 지속성과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소비문화를 부추기는 시스템이 쓰레기의 증가로 이어졌고, 쓰고 버리는 문화가 재사용 문화를 고장나게 만들었다. 2021년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검토되었던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도입에 대한 논의, 자원순환의 거점이 되는 자원순환지원센터 건립 등 좀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순환시키는 방법이 실천과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석사동 상가 앞에 방치된 생활폐기물과 재활용품.
석사동 상가 앞에 방치된 생활폐기물과 재활용품.

 

김희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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