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딤 아쿨렌코 중앙대 RCCZ연구단 연구교수
바딤 아쿨렌코 중앙대 RCCZ연구단 연구교수

러시아에서 봄이 언제 시작하는지 묻는다면 질문에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봄에 대한 개념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봄의 시작은 먼저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고, 눈더미가 녹기 시작하며, 겨울에는 느낄 수 없었던 다양한 냄새로 공기가 가득 차는 시점과 관련이 있다. 러시아에는 “봄은 누가 어디에 똥을 쌌는지를 보여준다”라는 농담이 있는데, 이는 눈이 녹으면서 땅이 드러나는 봄의 시작을 잘 설명하고 있는 말로 비밀은 결국 밝혀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춘천의 거리는 연중 눈이 쌓여 있지 않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높은 산들이나 큰 눈이 내렸을 때만 눈이 쌓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춘천에서는 꽃이 피거나 나무의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할 때가 봄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는 생명이 겨울을 이기고 자연이 새롭게 순환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봄의 징후를 알고 있다. 농부들은 곡물을 파종하기 위해 땅을 손질하면서, 사냥꾼들은 동물들의 이동을 주시하면서, 공무원이나 군인들은 달력을 보면서 봄의 시작을 감지한다. 자전거 라이딩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은 ‘얼음 시즌’에서 ‘까칠한 시즌’으로 변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때가 되면 모든 얼음이 녹아서 바퀴가 얼음 표면에 걸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올해는 봄이 놀랍도록 일찍 찾아온 것 같다. 지난해 12월은 매우 추웠고, 새해가 시작된 1월은 비교적 온화한 가운데 눈이 많이 내렸다. 이제 2월에 접어들면서 낮 기온이 영상 10도를 넘어서는 날이 많아졌다. 중국에서 ‘춘절春節’이라고 부르는 설날이 2월 상순 끝자락에 걸리면서 이름 그대로 봄의 시작을 확인시켜 주었다.

연해주 주민들은 설날이 지나면 이른바 ‘중국의 추위’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설날 이후에 반드시 심한 추위가 온다는 말이다. 심지어 3월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러시아를 침략한 세력들이라면 잘 알고 있듯이 연해주에서는 3월 중순이 되면 ‘라스푸티차’ 시절이 시작된다. 비포장도로가 완전히 진창으로 덮이는 시기다. 그때부터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와 함께 가장 중요한 상징은 눈 속에서 처음으로 피어나는 꽃이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피어나는 이 꽃들은 부드러운 봄 햇살을 받으며 해를 향해 자신의 꽃잎을 펼친다. 눈 속에서 핀 꽃을 발견한 사람은 봄이 시작되는 기쁜 소식을 처음으로 모든 가족에게 알린다.

2월 초에 우리 가족에게도 작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 강원대병원에서 우리 딸이 태어났다. 이제 우리 가족 중에서도 진정한 춘천사람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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