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병원 전공의 85% 사직···응급실에 전공의 ‘全無’
한림대에 이어 강원대 의대생도 휴학계 제출 결의
곳곳에서 환자 가족들 하소연 속출···향후 사태 전개에 촉각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로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최상위 '심각'으로 올리자, 춘천시도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우선 인성병원 응급실을 파업사태가 해소될 때까지 24시간 운영한다. 인성병원 응급실은 11개 병상을 갖췄고 의료 인력 10명이 교대 근무 중이다. 지난 20일부터 민간에 개방된 국군춘천병원 응급실과 경증 응급환자 치료를 맡아 대학병원 응급실 과밀화를 막을 방침이다. 시에 따르면 춘천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85%가 사직했고, 응급실 내 전공의는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강원대병원은 전공의 101명 중 79명이 사직서를 냈으며, 이 중 74명이 진료 업무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은 전공의 50명 중 인턴 11명, 레지던트 38명 등 총 49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시는 진료 공백에 대비해 춘천 노인전문병원과 강원도특별자치도재활병원에 비상 진료 체계를 가동할 것을 요청했다. 춘천시보건소도 지난 21일 국군춘천병원, 춘천소방서와 비상진료대책 간담회를 열고 환자 이송과 수용 등을 협의했다.

지역 의료 현장과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춘천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당직과 수술을 번갈아 맡아 버티고 있지만, 하루빨리 해결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춘천의 주요 대학병원에서 만난 시민들은 “수술을 안 받아줘서 서울로 가야 한다. 그런데 서울도 같은 상황일 텐데 걱정이다.” “엄마가 입원 중인데 퇴원을 권유하더라.” “지난달에 가족이 수술 날짜를 잡았는데 날짜가 미뤄질까 걱정이 되어 직접 나와봤다.” 등 하소연을 쏟아냈다. 전공의 부재는 진료 지원(PA) 간호사의 불법 진료나 의대생 실습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PA 간호사들은 현행법에 명시된 근거가 없어 의료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의대생들의 휴학도 이어지고 있다. 한림대 의과대 학생들이 지난 15일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며 휴학계 제출을 선언한 데 이어 강원대 의대 비상시국대책위위원회에서도 지난 20일 휴학계 제출을 결의하고 99.1%의 학생들이 휴학한다고 밝혔다. 강대 의대 비대위는 “지난 1일 발표된 의료패키지 정책은 많은 의과대학 학생들의 현재 및 미래를 파괴하는 정책”이라며 “필수 의료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채 필수 의료 개선책을 제시했으며 의학 전문가들이 요청하는 소통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강원도에 따르면 도내 수련병원 9개 385명의 전공의 중 87%(336명)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9천275명(74.4%)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8천24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이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또 의사 집단행동이 끝날 때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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