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형 대안학교 가정중 학생들의 독서모임, ‘칵테일’

가정중 5회 졸업생인 권희윤·김지민·이두레·이해밀·최소현으로 이루어진 독서동아리 ‘칵테일’의 독서활동 모습.
가정중 5회 졸업생인 권희윤·김지민·이두레·이해밀·최소현으로 이루어진 독서동아리 ‘칵테일’의 독서활동 모습.

 

춘천시 남면에 있는 공립 대안 특성화 학교인 가정중학교의 올해 5회 졸업생이 된 16살 아이들 5명을 만나 독서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자발적으로 ‘칵테일’이라 이름 짓고 독서동아리 활동을 해온 아이들은 진로에 따라 각자 다른 고등학교로의 입학을 앞두고 초조하면서, 설레기도 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 책을 읽고, 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아이들의 대답이 궁금했다.

‘공립 대안학교’라는 특별한 성격을 가진 가정중에는 학교 밖에서도 보호자들이 ‘함께 아이들을 돌보자’라는 대안교육의 공동체적 가치를 이어가고자 ‘민들레’라는 대안교육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학교 분위기 속에서 교사·학부모의 조력을 받으며 아이들 역시 자발적으로 모임을 꾸려가는 힘을 길러내고, 교우 관계를 이어간다.

독서동아리 이름을 ‘칵테일’이라고 지은 것은 최소현 학생의 아이디어였다. 소현이는 친구들의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이 섞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특별한 독서 모임을 해보자는 의미를 담아 ‘칵테일’로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칵테일’ 멤버 다섯 명은 재학 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책을 같이 읽고 서로 질문하면서 ‘책 대화’를 나누었다. 두 달에 한 번씩은 친구의 집이나 캠핑장 등 학교 밖에서 모임을 가지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왔다.

그동안 읽었던 책 중에서 권희윤 학생과 김지민 학생은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을 인상 깊었던 책으로 꼽았다. 희윤은 “《구의 증명》 속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부분이 많았다”라고 답했고, 지민은 “‘담’이 ‘구’를 씹어 넘긴다는 서술이 충격적이면서 평소에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천년 후에는 정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두레 학생에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J. M. 바스콘셀로스)가 “너무 아픈 이야기”였으며, 주인공 제제가 자신을 학대하던 아빠였지만, 크리스마스날 아빠를 위해 담배를 선물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감수성이 풍부한 소현은 추리 소설과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고, 이해밀 학생 역시 소설을 즐겨 읽는다. 두 학생은 책을 읽으면서 간접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게 소설을 읽는 재미라고 말했다. 해밀이는 책을 통해 성공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한편,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늘 감사하며 살아가야겠다”라는 의미를 찾기도 했다.

두레는 요즘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와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고 있다. 희윤이는 독서 후 앱에 기록해두는데 지금까지의 기록을 보니 읽은 책 37권 중 24권이 소설로 편중되어 있어, 앞으로는 경제학이나 심리학 분야의 책을 찾아볼 것이라는 독서 계획을 밝혔다.

독서가 학생들에게 ‘스펙’을 위해 챙겨야 할 또 하나의 필수적인 활동으로 변질되어 ‘숙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칵테일’이 말해주듯, 독서 활동이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는 대화가 될 때, 가장 의미 있고 재미있다. 아이들은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두 달에 한 번씩 모여 독서 모임을 이어갈 거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대안교육을 받았던 경험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함께해나갈 수 있다’라는 힘으로 발휘되기를 바란다.

김지민 학생이 만든 그림책.
김지민 학생이 만든 그림책.

 

박수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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