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지지기’ 김민정의 One pick, 공지영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

 

 

인생을 행복하게만 살다 간 사람은 없다. 덜 행복한지 더 행복한지 고르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덜하거나 더한 행복이 어쩌면 누군가의 행복이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아무튼 행복한 사람을 만나면 우리도 행복해지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차와 함께 다정함을 나누는 곳 ‘설지’에서 책과 함께 하는 ‘설지지기’를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쑥스럽게) 김민정이라고 해요~

‘설지’는 여러 사람에게 사랑방 같은 곳이지요. ‘설지’는 어떤 곳인가요?

카페 이름이 ‘설지’라고 하면 특이하고 예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계세요. ‘설지’는 눈 설(雪), 연못 지(池)예요. 대한성공회 춘천교회 안 성당 옆 사제관을 카페로 만들었어요. 가끔 교회 대신 카페가 생겼냐고 묻기도 하는데 교인 수가 적기는 하지만, 매주 감사 성찬례를 드리는 성당이 아담하고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어요. 성당이 있는 곳이 지대가 높아 내려다보았을 때 얼어있는 연못 위에 눈이 내린 듯한 모습이어서 ‘성모마리아성당 설지전(성모설지전)’이라 했는데, 카페를 만들려고 계획했을 때 떠오른 이름이 바로 '설지'였어요.

‘설지’ 한편 독서대에 책이 늘 펼쳐져 있다지요? 기억에 남거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 소개 부탁드려요.

책을 늘 쟁여두고는 있지만 읽을 시간이 사실 많지도 않고 읽어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고 속도도 느려 많이 읽지 못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권을 꼽자면 공지영 작가의 에세이 《딸에게 주는 레시피》입니다. 이 책은 작가가 딸에게 추천하는 평범하면서도 개성 있는 레시피와 함께 따듯한 위로를 건네고 있어요. 출간된 지는 좀 되었는데 최근에 읽었어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지은 정갈하고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밥 한 끼, 오늘을 살아 냄에 대한 위로와 칭찬, 그리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는 책이에요. 든든한 밥 한 끼를 먹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지요.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 걷는 것처럼 살아. 방법을 알아서 걷는 게 아니고 우리 몸이 그냥 걸을 수 있게 생겨 걷는 것처럼.” 

- 공지영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 중.

좋은 구절이 이외에도 참 많아요. 

“음식 만드는 방법 대부분에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데 이렇게 하니 이런 게 좋다, 없으면 패스, 먹고 싶은 만큼, 먹고 싶은 크기로, 내 맘대로, 중요한 것은 나의 취향, 하지만 작은 양이라도 건강하고 좋은 재료로.”

‘이렇게 사는 게 자유롭게 나를 사랑하며 사는 방법이겠구나’ 싶어 참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설지를 책 사랑방 삼아 들르는 분들과 '춘천사람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설지를 많이 알리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설지는 춘천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나누고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근처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고, 설지에서 책 모임을 여는 여러 사람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지요. 더불어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나는 곳이길 바랍니다. 저는 한 발 떨어진 곳에서 그들의 삶에 함께하는 것으로 감사한 마음을 간직할 뿐이죠.

공지영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는 애니메이션 감독 한지원에 의해 웹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되기도 했다. 에세이툰은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가는 딸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안수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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