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여름에 있었던 일…코와 귀는 두 개인데 눈은 넷

매일신보, 1917년 8월 8일.
매일신보, 1917년 8월 8일.

 

《매일신보》 1917년 8월 8일에 “양두우羊頭牛의 기형 소, 눈이 넷이고 코가 둘”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 내용을 보면, 1917년 7월 27일 춘천 신북 율문리에서 엄봉룡嚴鳳龍이라는 사람이 기르던 소가 희귀한 기형 소를 나았는데 수소가 어떤 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유 교미를 해서 열 달을 다 채워 나았음에도 머리가 둘에 귀가 둘, 눈이 네 개인 송아지를 나았다는 것. 송아지는 한쪽 입으로 어미의 젖을 먹으면 다른 한쪽 입으로 다 쏟아져 나와 먹지 못해 낳은 지 이틀 만에 죽었다고 한다. 아주 드문 경우라서 시체는 수의사가 해부하고 머리는 표본을 삼기 위해 주정에 담갔다는 한다.

그러나 이 기사는 같은 신문에서 한 달 전에 이미 보도한 적이 있는데, 일부 내용이 조금 다르다. 매일신보는 약 한 달 전인 1917년 7월 1일 “양두독兩頭犢의 출산, 귀 둘에 눈이 넷 괴이한 송아지”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기사를 보도했는데, 다만 율문리 엄봉룡이 아니라 천전리 5통 2호에 사는 엄복로嚴福老의 집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날짜도 7월 27일이 아니라 6월 27일 오전 6시라는 것. 송아지 머리가 둘이고 입과 코와 귀도 둘인데, 눈은 넷인데 몸은 별 이상이 없고 다만 머리가 무거워 들지 못하고 한쪽 입으로 젖을 빨면 다른 쪽 입으로 흘러나온다는 내용으로 위의 기사와 거의 같다. 처음 있는 일이라 인근에서 구경 오는 사람이 몰려들어 자못 번잡했다는 것.

매일신보, 1917년 7월 1일.
매일신보, 1917년 7월 1일.

 

어느 기사가 맞을까. 위의 기사가 맞다면 송아지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래 기사가 나왔다는 것이니 말이 안 되므로 송아지가 태어난 시기는 아래 기사가 맞을 것이다. 다만, 처음 보도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기사화했을 수 있다. 시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내용은 위의 기사가 정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천전리 엄복로가 아니라 율문리 엄봉룡의 소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평안도 영유현永柔縣에서 소가 새끼를 낳았는데, 몸은 하나요 머리가 둘이었다.” 

- 영조실록 40권.

《조선왕조실록》에도 1735년(영조 11년) 5월 3일에 평안도 영유현에서 머리가 둘인 송아지가 태어났다는 기사가 실려있다. 매우 드문 일이라 〈영조실록〉에도 기록됐을 것이다. 《조선일보》 1923년 4월 28일 기사에 따르면, 일본 강산현 승전군 북길야촌자의 롱본유종가삼랑 집에서도 머리 둘과 눈 넷에 꼬리가 둘인 송아지가 태어났다. 우는 소리가 “거짓말 말아~ 거짓말 말아”라는 소리와 똑같아서 매일 구경꾼이 미어터지는 바람에 어떤 장사꾼에게 많은 값을 받고 팔았다는 기사였다.

이와 비슷한 기사는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1924년 경남 창녕에서는 다리가 다섯이고 발이 여섯인 송아지가 태어났고, 1926년 함남 영흥에서는 꼬리가 등에 붙은 송아지가 태어났으며, 1927년 경북 봉화에서는 다리가 다섯인 송아지가, 1928년에는 대구에서는 머리 하나에 몸이 둘, 다리가 여덟에 꼬리가 둘인 송아지가, 1935년에는 경북 영주에서도 머리 둘에 눈이 셋, 입이 둘인 송아지가, 1939년 경성에서는 목에서 뿔 같은 다리 두 개가 나온 송아지가 태어났다. 심지어 1957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사람 머리를 가진 소가 태어났다는 기사도 확인할 수 있다.

경향신문이 캡처한 허핑턴포스트 사진.
경향신문이 캡처한 허핑턴포스트 사진.

 

어떻게 머리가 둘인 송아지가 태어났을까. 현대 의학으로도 잘 설명되지 않는 것 같다. 《경향신문》은 2013년 9월 21일, 허핑턴포스트의 9월 20일 보도를 인용해 미국 오리건에서 머리 두 개인 송아지가 태어났다는 기사를 다뤘다. 

같은 해 한 달 전인 8월 21일 뉴질랜드의 매체인 ‘스타프’가 머리 하나에 몸이 둘인 기형 송아지가 태어났다는 기사를 보도했다고 노컷뉴스가 전했다. 이 송아지는 머리 하나에 몸이 둘, 귀가 넷, 다리가 여덟 개였다. 당시 30년 이상 동물 의사로 활동한 조나단 스펜서조차 정말 희귀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2022년 6월에는 아르헨티나의 한 젖소농장에서도 머리가 두 개인 송아지가 태어났는데, 이 송아지는 기존의 경우와 달리 등에서부터 따로 뻗은 두 개의 목에 머리가 각각 따로 달려 있었다고 한다. 《서울신문》이 2022년 6월 20일에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의 라팔레스티나에 있는 히라우도라는 사람의 젖소농장에서 태어난 이 송아지는 태어난 지 단 5분여 만에 죽었고 어미 소 역시 이틀 뒤에 죽었다. 당시 송아지 분만을 도운 동물 의사는 이에 대해 “선천적 원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물학적으로 보면 샴쌍둥이가 태어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서 태어난 쌍두 새끼젖소. 서울신문 캡처.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서 태어난 쌍두 새끼젖소. 서울신문 캡처.

 

농경사회에서 소는 중요한 영농수단이자 재산 가치로도 비중이 컸기에 기형 송아지가 태어나는 바람에 어미 소까지 함께 잃은 신북면의 엄봉룡 씨 심정이 오죽했을까 싶다. 

전흥우(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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