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리 춘천은둔형외톨이자조모임 열림
홍주리 춘천은둔형외톨이자조모임 열림

2년 전 한 공중파 방송에서 ‘곰손카페’를 운영할 스태프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곰손카페의 직원들은 손님들에게 얼굴을 내보이지 않고 오로지 털이 숭숭 난 곰손으로만 손님들과 소통한다. 희한한 운영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카페의 구인 조건을 보면 왜 그런지 이해할 것이다. 바로 1년 이상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았거나 일정 공간 안에서만 지낸 ‘은둔 경력자’만 곰손 카페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 2주간의 모집 기간에 무려 7백여 명의 청년들이 지원했으며 17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스태프들들은 좌충우돌하며 곰손카페를 운영하였다. 이들은 자신의 아픈 상처를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공개하는 용기를 보여주었고 해당 방송은 이달의 PD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사람을 대면하는 것이 어려운 직원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외부와 교감할 기회를 주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곰손카페는 프로젝트 카페로 지금은 운영되지 않는다. 대신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진 카페가 우리나라에 또 있다. 바로 성남의 ‘그런날’ 카페다. ‘일하는학교’라는 단체에서 학교밖청(소)년과 은둔고립청년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었다. 이곳에서 마들렌 정기구독을 하면 한 달에 한 번 마들렌과 함께 카페 스태프가 정성스럽게 쓴 손편지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은둔고립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일까? 곰손카페와 그런날카페 스태프들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사회적 지지’이다. 사회적 연결고리가 끊어진 청년들에게 사회적 지지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그것은 청년 수당도, 일회성 청년 문화 지원 프로그램도, 청년도전 지원사업도, 취업성공 패키지도 아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접근성이 좋고, 취업을 목표로 하지 않는,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간과 커뮤니티, 그리고 쉐어하우스이다. 다양한 세대, 지속적이고 유연한 연결이 이들을 ‘무언가’ 하고 싶게 만들 것이다. ‘취업’이라는 조급한 단어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이 사회에서 나만의 고유한 역할을 단단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 곰손과 그런 날이 그러하듯이.

우리 지역에도 수도권이 비해 잘 보이지 않지만, 은둔고립청년들은 분명 존재한다. 이들을 지지해줄 수 있는 여러 시도가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해줄 조례나 법안 같은 제도적 발판도 필요하다. 왜 몸 건강하고 앞날이 창창한 청년들을 국가 차원에서 도와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청년 세대가 무너지면 우리에게 앞날은 없다. 이미 어두운 앞날은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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