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내면 5개 리, 샘물 합수굿으로 대동 풀이
시공을 넘나든 융복합 민속축제

 

뚫으세 뚫으세 뻥뻥 뚫으세

수정같이 맑은샘물 뻥뻥뚫으세

대룡산 하늘기운 맑은물로 콸콸솟아

곰짓내로 흘러흘러 공지어가 춤을추니

올해도 대풍이요 내년에도 풍년일세

 

힘차고 신나는 농악의 울림과 함께 농악대가 부르는 대룡산 약물샘 소리다. 이 소리를 들으면 정말 대룡산이 품고 있는 동내면 5개 리의 화합 축제를 실감할 수 있다. 

천 년 전통을 이어 현재와 미래를 풀어 뛰다 

지난 2월 25일 동내면 5개 리는 사암리농악보존회와 함께 동내면 대룡산 자연치유 대보름놀이를 열었다. 사암리농악은 천년 전통의 신명을 현장에 풀었다. 사암리농악은 중국 연변까지 진법과 가락을 전한 글로벌농악이다. 이날 주민들은 동내면을 수호하는 대룡산 산신과 약물샘 용신을 모시고, 시공을 잇는 축제로 화합을 다졌다. 

대룡산 약물샘 물할미와 물할배의 만남

사암리 약물샘 주변에는 춘설이 내려 하얀 눈꽃이 마음 설레게 했다. 봄샘이라 했던가, 꽃샘은 분명 아닌데, 쌀쌀한 날씨다. 누구는 ‘봄은 왔는데, 봄 같지 않다’고 했다. 사람들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읊었다. 봄을 시샘하는 눈이 분명했다. 그 눈(雪)은 사람들의 눈(眼)이 시릴 정도로 하얗고 투명한 눈꽃을 만들었다. 눈꽃 만발한 사암리 약물샘에는 홑바지마저 벗어 버리고 맨발로 서 있는 늙은 사내가 있었다. 마임의 대가 유진규가 펼치는 물할배굿(춤)이 벌어졌다. 물할미와 물할배의 만남이다. 물할배춤은 산과 물을 잇고, 물과 불의 조화로 풍요를 잇는 굿거리다. 어찌 태초에 음양이 만나 하늘과 지구를 가르는 혼돈의 춤사위가 이와 같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대룡산 산신령과 약물샘 할매의 강림을 알리는 축제고사

물할배춤이 끝나면 물할미와 물할배가 만든 약물을 고사 판에 드린다. 마을의 최고령 할머니가 약물을 받아 대룡산신 고사상에 놓는다. 몸짓춤의 대가가 건넨 약물을 할머니는 경건한 몸짓으로 받는다. 그 옛날 마고할멈이 산을 만들고 바위를 만들고 사람을 점지하면서 했던 몸짓을 이에 비견할까. 그 순간 사암리농악대가 신나게 축하 사물을 울린다. 제관과 축관은 흥겨운 몸짓으로 대룡산신께 고사를 지낸다. 동내면장, 동내면 이장단협의회장, 사암리·고은리·신촌리·거두리·학곡리 이장이 제관과 축관으로 참여했다. 이제 고사는 끝나고 대룡산신이 풍요를, 용왕신이 약물을 들고 강림했다. 

 

은혜를 잊지 않아요, 오곡밥 나눠 먹기, 길놀이와 지신밟기

강림한 대룡산신과 용왕신을 모신 사암리농악대는 마을에 내려와 길놀이를 하면서 지신밟기를 한다. 온갖 액운은 물러나고, 만 가지 질병은 약물로 치료하고, 오곡백과는 풍년 들어 곳간이 가득하리라. 맛있고 푸짐한 오곡밥과 나물이 배부르게 하니, 어찌 낙원이 따로 있겠는가. 

 

샘물 합수굿…동내면 대룡산 자연치유 대보름놀이의 중심

동내면 5개 리의 이장은 아침 일찍 대룡산에 가서 각 마을의 샘물을 항아리에 길어온다. 체육관에서는 난장을 하기 전 대룡산 샘물 합수굿을 행한다. 거두리·고은리·사암리·신촌리·학곡리의 이장은 샘물을 들고 가운데로 와서 합수를 한다. 동내면의 화합을 의미하는 연행이다. 경건하면서도 깊은 뜻이 마음 저 밑에서부터 솟아난다. 이어서 굿거리 복장으로 단장한 유진규의 합수굿이 강렬한 힘으로 선보인다. 체육관에 가득한 사람들의 숨소리조차 멈춘다. 그야말로 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신바람 그 자체이다.

 

신명과 흥이 함께한 난장…지역 축제의 창조적 모델

축제의 백미는 난장(亂場)이다. 난장은 질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풀어낼 수 있는 소리와 몸짓과 악기는 뭐든 신명을 줘야 한다. 신명풀이다. 흥겨움의 극치를 맛봐야 한다. 동내초 운동장과 체육관에서 ‘대룡산 자연치유 대보름놀이’가 선보인 난장의 현장이다. 

놀이 전에 먹는 떡볶이·어묵·공지어빵·믹스커피 등 간식은 공짜다. 배를 채웠으니 놀아볼거나. 소원 연 만들어 날리기, 전각으로 이름 새기기는 운동장에서 행한다. 다음은 땅을 울리고 하늘을 찌르며 체육관에서 펼쳐지는 난장이다. 공지어전설 풀어내기로 용궁 꾸미기, 공지어 마술, 강아지 서당, 공지어 놀이마당, 공지어 이야기하기 등이 펼쳐졌다. 

사암리농악대와 홍천서면농악대의 신나는 농악공연, 약물샘소리 배우기, 대룡산 샘물 5개 리 합수 연행으로 화합과 곰짓내 만들기, 합수 굿 연행, 풍년기원 굿, 사암리 동네북춤, 춘주농악 난타, 공지내 농악 사물놀이, 땅울림 공짓내수북놀음, 동내면 주민자치민요공연, 동내면 어린이 농악단 공연, 큰 붓 대룡 그리기, 약물샘 치유사례 발표, 동내면 이야기가 연이어 소리하고 울리고 몸을 놀렸다. 사암리농악의 흥겨운 가락에 맞춰 액막이를 위해 걱정허수아비를 태운다. 마지막으로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로 동내면 화합을 꾀했다. 대룡산신과 약물샘 용신은 안녕과 풍요를 기약하고 돌아갔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대룡산 자연치유 대보름놀이는 지역 축제의 창조적 모델이라고 말이다.

 

이학주 한국문화스토리텔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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