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실시
의료기관장이 간호사 업무 범위 결정
간호사 측, “의료사고 등 심리적 부담”

의료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PA간호사들의 의료행위가 허용됐다. 사진은 24시간 운영에 들어간 인성병원 응급실.
의료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PA간호사들의 의료행위가 허용됐다. 사진은 24시간 운영에 들어간 인성병원 응급실.

 

정부가 전공의 이탈에 따른 환자 불편 해소를 위해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한 데 이어서 종합병원과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전공의는 통상 전문의 지휘에 따라 수술이나 처치 보조, 수술 전후 환자 상태 확인 등을 한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전공의 외에도 ‘PA(Physician Assistnt)간호사’로 알려진 진료 지원 인력이 이런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임상전담간호사, 수술실 간호사로 불리는 PA간호사는 미국 등에선 제도화됐지만 국내 의료법 체계에선 PA 면허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아 PA가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의료법상 간호사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만 가능하다.

일부 병원에서는 PA간호사가 절개·봉합 등의 의료 행위를 하지만 현행 의료법상 의료 행위는 의사만 할 수 있어서 불법 논란이 일어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의사 인력이 부족한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비뇨의학과 등 비인기과들을 중심으로 대다수 병원에서 전공의의 빈 자리를 PA가 대신하고 있다. 

지난해 병원간호사회가 발표한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PA는 2010년 1천9명에서 2021년에는 5천619명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PA까지 더하면 현재 1만여 명 이상이 근무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PA가 의료인력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면서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자 이를 양성화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대한의사협회의 반대 탓에 무산됐다. 지난해에는 간호사들의 법적 지위를 명문화하는 취지의 간호법을 제정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실행되지 못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진료 지원 인력이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의료기관장이 위원회를 설치해 설정하거나 간호부장과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 따라서 일부 병원에서는 PA간호사가 절개·봉합 등의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다. 이들을 활용하면 당장에 전공의 이탈에 따른 공백은 메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보건복지부는 “보험의료기본법에 근거해서 시범사업의 형태로 각급 의료기관의 장이 의료기관장의 책임하에 위원회를 설치하거나 간호부장과 협의해서 간호 지원 인력의 업무 범위를 정하도록 하고 그 정한 범위에서 기관별로 운영되는 경우에 법적 보호를 받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판례에서 명확하게 간호사의 업무가 될 수 없다고 판명된 것들은 할 수가 없다. 그거를 제외하고 모호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정해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법적으로는 근거가 분명하게 생기고 그 근거법에 따라서 책임이 보호되는 이런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간호협회는 “이번 시범사업 계획이 대한간호협회 등과 별도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되고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영역이 다른데 간호사를 의사의 ‘보조’로 제한을 한다”라며 “불법 진료에 내몰리는 간호사들을 보호할 간호법과 같은 법적 장치 등이 필요하다”라고 우려를 하고 있다. 

춘천 지역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 씨는 “의료대란이 없었던 평상시 상황이 아니라 전공의의 업무를 떠맡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가 많아져 간호사들도 많이 지쳐가고 있는데 혹시라도 의료사고가 나진 않을지, 또 나중에 불법 진료를 했다고 고발이라도 당하는 건 아닌지 솔직히 심리적 부담이 있다”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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