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응급구조사 이지형 씨

 

전공의 파업 이슈는 강원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변함없이 의료현장을 누비는 이들이 있다. ‘119’를 누르면 한달음에 달려오는 사람들, 현장에서 응급처치 후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하는 사람들, 고맙다는 말도 전하기 전에 바삐 사라지는 사람들, 바로 응급구조사들이다. 춘천 민간 구급대에서 응급구조사로 일하는 청년 이지형(37) 씨를 만나 요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응급구조사도 소속에 따라 나뉘는지요.

제일 많이 알려진 건 소방공무원인 119구급대고요. 그다음으로 병원 응급구조사, 산업체 응급구조사, 그리고 제가 속한 민간 이송업 응급구조사가 있습니다.

Q. 응급구조사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전공이 건축 쪽이라 전화국 내 건축 쪽 보안 설계 일을 6년 넘게 하다가 회의를 느끼고 이 업계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처음엔 운전기사로 시작했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응급구조사라는 직업에 큰 매력을 느꼈죠. 의사를 제외하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인 데다, 봉사하는 삶이 원래 꿈이었기에 선택했죠.

Q. 많은 상황을 겪었을 텐데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보호자도 없이 기초생활 수급자로 어렵게 사시던 할머니 사연이 생각나요. 거동이 많이 불편하셨어요. 집 안에 ‘119 안심콜’ 비상벨이 설치된 상태였죠. 안심콜 이용 시 119구급대는 딱 병원 이송까지만 책임져요. 귀가할 땐 저희 민간 구급대를 이용해야 하죠. 저희는 기본요금이 7만5천 원인데, 꾸깃꾸깃 잔돈을 주시는데 금액이 모자라 어쩔 줄 몰라 하시더군요. 결국엔 제가 부족한 금액을 채웠는데, 미안해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잊히질 않더라고요. 

Q. 응급의료 현장 개선을 위해 대외적인 활동도 같이 한다고 들었어요.

강원도 응급의료 상황이 더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강원도 조례안을 발의하는 데 힘을 보탰어요. 이지영 도의원이 발의한 ‘응급환자 이송 지원에 관한 조례안’인데요. 도내 응급환자를 관내 의료기관에서 종합병원 등으로 이송하는 응급 차량 이용경비를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Q. 과정이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땐,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큰 관심을 두지 않더라고요. 엄연히 공공의료 부분인데 자꾸 장애인복지과로 연결해주는 이해하지 못할 일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번엔 작정하고 119 구급계와 함께 데이터를 얻어 예산을 산정했어요. 어쩌다 의료공백 지역에 관심 있어 했던 이지영 도의원과 소통할 기회가 생겼고 깊이 공감대를 형성했어요. 대표 발의할 때까지 많은 힘을 보탰죠.

Q. 청년들의 응급구조사 근무 환경에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또 있을까요?

119구급대 신규 임용자 채용 조건이 경력 2년이에요.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하고 의료기관 아니면 민간 이송업체에서 경력을 쌓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민간 쪽 급여 체계가 좋지 않거든요. 응급구조사를 지원하는 청년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부분일 겁니다.

Q. 의료계 파업 영향은 어떤가요?

전공의가 없다 보니 대학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보살필 수 없어 입원실 절반 정도가 비어있는 상태예요. 응급실 중증도 분류(Pre-KTAS) 1·2등급만 대학병원 이송이 가능하도록 협조 요청이 왔더라고요. 민간 업계 이송 건수가 현저하게 줄었죠.

Q.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응급이송업체를 직접 꾸려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응급환자 이송업 자체가 공공의료이기 때문에 면세사업자라는 특혜가 있거든요. 그런데 수익구조가 좋지 않으니 이런 좋은 일을 하기 힘든 것 같아요.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응급구조사도 사람을 살리는 사람들입니다.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젊은 친구들이 있다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들 또한 춘천에 사는 청년 이웃이라는 것도요.                      

박인옥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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