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20마리 관찰된 후 처음…알락오리도 의암호에서 처음 관찰

서면에서 바라 본 춘천 도심. 대룡산은 아직 설산이다.
서면에서 바라 본 춘천 도심. 대룡산은 아직 설산이다.

 

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나 하듯 아침에는 아직 제법 쌀쌀하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의암호 둘레길에 나갔다. 서면에서 춘천 도심을 바라보니 저 멀리 대룡산은 아직 흰눈을 뒤집어쓰고 있어 설산의 풍경이 자못 장중하다. 의암댐부터 신매대교까지 의암호 서쪽 수변을 거슬러 가면서 호수를 살폈다. 겨울이면 의암호에서 제일 눈에 많이 띄는 건 물닭이다. 흰죽지와 논병아리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겨울이면 꾸준히 관찰했던 흰꼬리수리는 이번에는 보이지 않았다.

의암호에서 처음 본 알락오리.
의암호에서 처음 본 알락오리.

 

그 대신 애니메이션박물관 앞 호수에서 알락오리 대여섯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우두온수지에서 보았는데 의암호에서는 이번에 처음 확인했다. 알락오리는 종종 홍머리오리와 혼합군을 이루지만 홍머리오리와 달리 땅에서 먹이를 먹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IUCN 적색 목록에서 관심대상종으로 등재된 알락오리의 국내 월동 개체 수는 대략 4천~7천 개체인데 10월 초순에 와서 4월 중순까지 볼 수 있다.

텃새가 된 겨울 물총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혹시나 겨울에 물총새를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의암호 수변 일대를 유심히 살폈으나 눈에 띄지 않았다. 물총새를 찾아 한참을 서성이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새 전문가 조성원 씨였다. 하중도생태공원 벚나무 가로수와 수양버들 사이에서 ‘멋쟁이새’를 관찰했다는 소식이었다. 단숨에 차를 몰고 하중도생태공원으로 향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벚나무와 수양버들 사이를 오가며 벚나무 순을 따먹는 멋쟁이새가 보였다. 처음 보는 새라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에 약간의 떨림이 있었다. 숨죽이며 살금살금 나무 밑동 가까이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셔터 소리가 빨라졌다.

참새목 되새과에 속하는 멋쟁이새는 겨울에 한국을 찾는 겨울 철새다. 11월에서 4월까지 드물게 우리나라를 찾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아직 번식 기록이 없다. 조성원 씨에 따르면, 3년 전 춘천에서 20마리가 관찰됐는데, 올해 3년 만에 아홉 마리가 관찰되었다고 한다. 멋쟁이새 수컷은 식물의 씨앗이나 열매 외에 버드나무·벚나무·매화나무 등의 어린눈과 꽃도 따먹고 여름에는 곤충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몸길이는 약 15cm이며 머리와 턱밑은 검은색이고 등은 푸른빛이 도는 회색, 꽁지와 날개는 검은색인데, 목이 장밋빛이 도는 붉은색인 게 특징이다.

의암호 수변에는 이미 파릇한 들풀들이 돋았다. 땅은 이미 봄기운을 머금은 것이다. 곧 봄을 알리는 꽃들이 앞을 다툴 것이다. 춘천에서 동백꽃으로 불리는 생강나무 꽃을 시작으로 할미꽃·바람꽃과 산수유·개나리·진달래·벚꽃이 만발할 것이다.

멋쟁이새.
멋쟁이새.
멋쟁이새.
멋쟁이새.

 

고학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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