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천 ‘속편한한우곰탕엔버섯육개장’

 

몇 달 전 서울 사는 친구가 호텔 공지천에서 1박 하고 다음 날 새벽 댓바람부터 호텔 앞 해장국집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다고 전화가 왔다. 공지천에 해장국집이 있다고? 육개장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하기에 공지천 호텔 앞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춘천에 육개장집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육개장은 버섯·고사리·당면 등 건더기가 많이 들어가면서 국물도 진국이어야 했다. 그런데 드디어 친구 덕분에 그런 집을 찾게 된 것이다. 개업한 지 1년이 안 돼서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믿고 찾을 수 있는 맛집이란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저희는 육개장을 볶을 때 식용유를 쓰지 않고 두태기름을 씁니다. 두태기름과 사골육수가 만날 때 나는 고소한 향과 풍미가 일품이지요. 손이 좀 많이 가지만 저희는 개성식 육개장만을 고집하고 있어요. 손님들의 건강과 맛을 위해 주문과 동시에 즉석에서 볶아서 끓여내죠.”

두태기름은 소의 콩팥에 붙어있는 기름으로, 우지방이 아니라 몸에 축적되지 않으며 올레산과 비타민E가 많아 항산화 작용을 하고 면역력을 키워주는 불포화지방이다. 육개장에 들어가는 양념장에는 여덟 가지 채소가 들어가는데 양념 맛을 내기 위해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했다. 매운 걸 좋아하는 손님, 못 먹는 손님 등등 손님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프랜차이즈와는 달리 일정한 맛을 내지 못해 큰 고민이었는데 이제는 애초에 추구하고자 했던 칼칼한 맛을 고수하기로 했다.

육개장에 들어가는 버섯은 근처 로컬푸드 직매장의 신선한 버섯이다. 육수는 한우 사골과 꼬리 반골을 스물한 시간 동안 푹 끓인 곰탕 육수를 쓰며 곰탕에 들어가는 고기는 한우 사태다. 한우를 쓰는 데다 김치도 직접 담그면 원가가 많이 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부부 둘이 운영을 하며 인건비를 줄이고 한우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지인이 도와줘서 좋은 재료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불고기를 만들 때 각종 채소와 직접 갈아 만든 과일을 배합해서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내는데 특히 사과와 배가 중요합니다. 요즘 사과값도 비싼데 왜 저희가 창업하고 나서 이리 물가가 오르는지 접을까 고민도 했지만 버티고 있습니다.”

처음 가게를 열 때는 곰탕이 제일 인기가 많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뚝배기 불고기가 많이 나가서 놀랐다고 한다. 설탕의 단맛이 아닌 과일과 채소에서 우러나는 천연 단맛을 손님들이 귀신같이 아는 것 같다며 웃었다. 아침 일찍 문을 열기 때문에 새벽에 공지천에서 운동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들러서 아침을 먹는 부부 손님이 많고 의외로 젊은 커플들도 많이 와서 먹는다고 했다. 한우를 쓰지만, 가격이 모두 1만 원이라는 점도 손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았다.

 

춘천 시내 중심에 있는 공지천은 언제 가도 여행지에 온 것처럼 가슴이 설레고 춘천MBC로 가는 길은 환상의 산책 코스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속이 든든해야 오래 보고 머물 수 있는 것. 공지천 산책 전후, 또는 간단하고 맛있는 한식이 당길 때 ‘속편한한우곰탕엔버섯육개장’을 들러보면 어떨까. 

속편한한우곰탕엔버섯육개장

춘천시 수변공원길 11 3동 1층 101호

033-257-3663

김선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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