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옥 협동조합 퍼니타운 이사장  
박인옥 협동조합 퍼니타운 이사장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 년까지 누리리라

고려 말 이방원이 충신 정몽주에게 읊은 시 ‘하여가何如歌’. 이방원이 전하고자 했던 포인트는 ‘누리리라’ 부분이다. 그 것도 백 년이나! 정절이고 나발이고 나와 함께하면 한 평생 권력을 보장하겠다는 달콤한 언변이 꼭 누구를 떠올리게 된다. 이방원과 달리 그가 꾀는 대상은 국민이다. 이방원은 우회적인 기교와 느긋함을 동반한 얽힘의 논리로 화해를 갈구하고 있다. 내가 떠올린 그 역시 기교와 여유를 장착한 네거티브로 국민을 꾀어내고 있다. 국가를 장악하고 언론의 힘까지 얻은 검찰 권력 무리는 이 방법이 먹힌다는 것을 알았고 여기에 열과 성을 다했다. 정작 중요한 나라살림엔 ‘그까이꺼 대~충’ 식의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국정 운영도 대충 전문가에게 맡기고,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도 대충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외교 관계도 대충 수습했다. 이제는 기후문제까지….

“RE100 그게 뭐죠? 좀 가르쳐주시죠?”

얼마 전, 여당 지도부가 ‘기후 미래’ 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지난 대선 토론 시절 윤석열 대통령을 당황하게 한 ‘RE100’ 질문을 언급했다. “야당은 꼭 기후 관련 공약을 이야기할 때 ‘RE100을 아느냐’고 물으며 시작한다”라며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떤가”라고 말했다. 야당이 비아냥거렸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우회적인 표현이다. 모르면 어떠한가? 우리는 늘 우리의 계획이 있거늘!

이날 한 비대위원장은 ‘원전과 재생에너지 균형적 확충’을 주장하며 현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미 지난해 대통령은 UN 총회에서 원전을 포함한 ‘한국형 CF100’을 발표했지만, ‘RE100’은 사실상 국제표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 역시 2030년까지 모든 제품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고,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공염불인지 역행인지 모를 정부의 정책, 게다가 단계적인 탄소중립을 주장하면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를 다시 완화해놓았다. 한 비대위원장의 현란한 언변과 제스처에 숨은 언행 불일치는 이미 많은 곳에서 드러났으니, 조금만 찾아보아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와 같이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서 굳이 지난 대선 토론 때의 질문을 언급한 의도는 충분히 알 것 같다. 다만, 그가 여당 대표로서 국민을 회유하려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이제는 그 방법이 먹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국민을 향한 일편단심으로도 부족한 마당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식의 언행으로 정작 중요한 문제들을 국민이 놓치게 만드는 것, 바로 그게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방원이 개국공신으로서 조선 왕조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한동훈 이름 석 자가 검찰 왕국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역사에 기록되는 건 정말 별로지 않은가!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