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91명 늘려 140명 신청···한림대는 30~40명 증원
의대 교수들, “비민주적 의사결정” 항의 삭발 진행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삭발식을 열었다.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삭발식을 열었다.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해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처벌에 나섰지만, 전공의들이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도내 9개 수련병원에서는 전체 전공의 390명 중 92.3%에 해당하는 36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복귀자는 15명에 불과하다. 이탈한 전체 전공의의 3.8% 수준이다. 강원대병원에 입사 예정이었으나 임용포기서를 제출한 인턴 28명도 복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도내 병원 현장에서는 의사 인력난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병원의 경우 중증환자 중심으로 응급실을 운영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장의 피로감이 커지며 의료대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강원도는 도내 종합병원의 수술이 평소의 약 7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춘천지역 한 대학병원의 전문의 A 씨는 “전문의 인력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의들이 번갈아 당직을 서며 피로가 누적되어 어려움이 크다”라고 호소했다. 강원도는 강원지역 내 대학병원의 외래진료 축소에 대비하여 지방의료원을 포함한 공공의료기관의 평일 연장 및 휴일 진료체계를 구축했다.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내 대학들은 4일까지 마감된 의과대학 정원 증원 신청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강원대 의대는 49명인 정원을 140명까지 늘리는 신청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실제 교육 여건과 교수 인원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증원을 신청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림대는 2023년 기준 정원 76명에서 30~40명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연세대 원주의대는 정원 93명에서 120여 명 안팎으로, 가톨릭관동대는 현재 정원 49명에서 100명으로 확대하는 신청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대 구성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강원대 의과대학 의전원 학생들은 성명서를 통해 “비상시국대책위원회에서는 지난 2월 총장님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강력히 반대하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으나, 총장님께서는 100여 명 증원을 희망했다”라며 “부디 증원 규모를 재고해달라는 마음을 담아 우려 사항을 전달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이 “비합리적인 가정에 근거해 결과를 도출한 것”이라며 “의료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증원 정책은 반드시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을 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게다가 정부는 5년간의 일시적인 계획만 발표했을 뿐, 그 이후는 준비돼 있지 않다. 이는 실사구시의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미래 지향적인 글로컬 대학을 꿈꾸는 강원대 교육목표와 맞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또 “보건복지부는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은 채 정책을 발표했다. 현장 의견 반영이 없는 정책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이러한 부당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말했다.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지난 5일 삭발식을 열고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반대하며 날을 세웠다. 교수들은 강원대 의과대학 건물 앞에서 “새학기가 됐지만, 의과대학에는 학생이 없다. 강원대는 교수들의 의견과 반대로 일방적인 140명의 증원 규모를 제출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올 통로를 막았다”라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삭발에는 흉부외과 교수인 류세민 강원대 의대 학장, 이비인후과 교수인 유윤종 의학과장이 참여했다.

류세민 학장은 “지난해 11월 개별 의과대학의 희망 수요조사에서 학장단은 2025년 입학정원 기준 100명을 제출했고,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교육역량의 실제적인 확인이나 피교육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40개 의과대학이 제출한 수요조사의 총합은 정부의 2천 명 증원의 주요한 근거로 둔갑해 학생들과 전공의들을 압박하는 정치적인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140명 증원은 불가능하다. 대학의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심각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예정대로 증원을 진행하되, 2027년까지 국립대 교수의 정원을 1천 명 이상 늘리고, 사립대는 적극적으로 증원을 지도하는 등 교육 여건 개선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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