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 41.2% 치솟아…32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
신선식품지수 20% 급등에 국제유가 불안까지 겹쳐

과일 등 신선식품 물가가 급등하며 소비자물가가 두 달 만에 다시 3%대로 진입했다.
과일 등 신선식품 물가가 급등하며 소비자물가가 두 달 만에 다시 3%대로 진입했다.

 

소비자물가가 두 달 만에 다시 3%대로 진입했다. 소비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3.4%)부터 5달 연속 3%를 웃돌다 올해 1월(2.8%) 2%대로 내려왔지만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특히 과일 물가가 41.2% 오르면서 1991년 9월의 43.9% 이후 32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사과는 1월에 56.8% 오른 데 이어 2월에는 71.0% 급등했다. 사과 가격 상승의 원인은 이상기온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다. 봄철 저온 피해로 착과 수가 줄었던데다가 여름철 집중호우, 수확기 탄저병 발생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생산량이 30% 급감한 39만4천t이었다. 검역 문제로 수입이 원활하지 않은 사과의 특성상 다음 수확 철까지는 금값인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사과뿐만 아니라 다른 먹거리의 가격까지 치솟아 귤(78.1%)·토마토(56.3%)·파(50.1%)·딸기(23.3%)·쌀(9.2%)·배(61.1%)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그 결과 생선·해산물·채소·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달 20% 올라 3년 5개월 만에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다. 

1월 중순부터 상승한 국제 유가도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줬다. 석유류 물가 하락 폭은 전월(-5.0%)보다 축소된 -1.5%에 그쳤다. 전체 물가 기여도도 1월 -0.21%포인트에서 -0.06%포인트로 줄었다. 국제유가는 최근 중동지역 불안과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의 자발적 감산 연장 조치로 변동성이 커졌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2월 평균 80.9달러, 3월4일 기준 81.6달러를 기록했다. 

전기·가스·수도도 4.9% 상승했다. 전기료가 4.3%, 도시가스가 5.6%, 지역난방비가 12.1%, 상수도료가 2.7% 올랐다. 서비스 물가 역시 전년 같은 달보다 2.5% 상승했다.

한편, 2033년까지 축구장 4천 개 면적의 사과밭이 사라져 가격이 계속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 전망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사과 재배면적은 지난해와 비슷한 3만3천800㏊에서 2033년 3만900ha로 연평균 1%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33년까지 9년 동안 축구장(0.714㏊) 4천 개 면적인 사과 재배면적 2천900㏊(8.6%)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사과 생산량이 올해 50만2천t에서 2033년 48만5천t 내외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국내 사과 산지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연평균 기온이 8도에서 11도의 서늘한 기후에서 재배되는 사과는 일교차가 커야 열매가 잘 익는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기존의 주요 산지였던 경북이나 충남 지역에서는 사과 재배가 어려워지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사과 재배면적은 1993년 3만6021㏊에서 2023년 기준 2만151㏊로 30년 새 44% 줄었다. 반면 강원도는 같은 기간 483㏊에서 1679㏊로 3배 넘게 증가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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