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존 아빌드 씨, 흑백사진 한 장과 함께 사연 보내와
1969~71년 캠프페이지 근무···“이젠 우리 모두 할아버지”

1971년 존 아빌드 씨가 찍은 춘천의 태권도 소년들. 시내 어딘가로 추정된다.
1971년 존 아빌드 씨가 찍은 춘천의 태권도 소년들. 시내 어딘가로 추정된다.

 

지난 3일 《춘천사람들》은 한 통의 특별한 편지를 받았다. 멀리 미국에서 존 아빌드 씨가 1971년에 찍은 흑백사진 한 장과 함께 사진 속 주인공들의 소식이 궁금하다는 사연이었다. 존 아빌드 씨는 1969년부터 2년 동안 캠프페이지에서 근무했다.

존 아빌드 씨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춘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다수 찍었다고 한다. 현재 약 4천 장의 자료를 가지고 있으며 이 중 일부를 《춘천사람들》을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존 아빌드 씨에게 《춘천사람들》을 소개하고 직접 연결해 준 사람은 강원대 문화인류학과에 몸담았다가 현재는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에 재직 중인 송지영 연구교수이다. 송 교수는 “존 아빌드 씨가 사진 속에 계신 분들에게 사진을 꼭 보여 주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면서 “과거 캠프페이지에 근무했던 분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고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많은 자료가 있으니 기회가 되는 대로 돕겠다”고 전했다.

캠프페이지 근무 당시의 젊은 존 아빌드 씨.
캠프페이지 근무 당시의 젊은 존 아빌드 씨.

 

존 아빌드 씨가 보낸 편지 전문

저는 1969년에 한국에 도착했고 2년 동안 그곳에 있었습니다. 저는 캠프 페이지 본부의 사무실에서 일했습니다. 저는 평일에는 8시부터 5시까지 일했고, 주말에는 자유로웠습니다. 한국 문화를 즐기며 많은 여행을 했습니다. 저는 사진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있는 동안 대략 2천 장의 컬러 슬라이드와 2천 장의 흑백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는 캠프페이지 ‘크래프트 샵’에서 저만의 흑백사진을 인화했습니다. 때때로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저는 카메라를 들고 춘천 주변의 시골에서 수 마일을 걷곤 했습니다. 시골은 아름다웠고, 농장 사람들은 저에게 매우 친절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고, 그들은 저를 친구처럼 대했습니다.

저는 (사진 속의) 태권도 소년들이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지 않았고, 그저 빠르게 조준하고 찍었습니다. 사진 속 몇몇 어린이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카메라를 바라보는데 또 다른 어린이들은 즐거워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아마도 이 사진은 시내 중심가와 매우 가까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사진 속 주인공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난 52년 동안 이 사진을 소중하게 간직해 왔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어린이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궁금해했으며,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랐습니다. 1971년에 여기서 주인공들의 유쾌한 얼굴을 포착했을 때, 저는 23살의 젊은 청년이었고, 이들은 10살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 모두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졌겠군요! 아마도 우리 모두는 이제 할아버지가 되었을 것입니다! ^^

저는 여러분들의 아름다운 도시, 춘천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요즘 춘천의 사진을 보았고, 성장과 발전에 놀랐습니다. 여러분들의 소식을 듣는 것은 매우 기쁜 일입니다. 앞으로, 저는 춘천에서의 경험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와 사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태권도 소년들과 이 웹진을 보는 사람들 모두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딸과 함께 찍은 존 아빌드 씨의 최근 모습.
딸과 함께 찍은 존 아빌드 씨의 최근 모습.

 

존 아빌드 씨의 편지 원문

I arrived in Korea in 1969 and was there for two years. I worked in an office in the headquarters at Camp Page. My daily job was from 8 to 5, and I was free on weekends. I traveled a lot and enjoyed the Korean culture. I was very interested in photography. While there, I took approximately 2000 color slides and 2000 black and white photos. I developed my own B&W pictures in the Camp Page "Crafts Shop." Some Saturdays or Sundays I would take my cameras and walk for miles in the rural areas around Chun Cheon. The countryside was beautiful and the farm people were very friendly to me. I would greet them politely and they treated me as a friend. I thought these little taekwondo students were so interesting. I didn't ask if I could take the picture; I just quickly aimed and took it. I think that is why some of the boys look suspicious and others look happy. I remember where I took this picture, very near to the center of town.

I would like to greet any or all of the young men who appear in this photograph. I have had this picture in my collection for the last 52 years, and during those years I have often wondered what happened to you, hoping you have had a good life. When I captured your cheerful faces here in 1971, I was a young man of 23, and you appear to be 10 years or so. I suppose we all have gray hair now! Maybe we are all grandfathers now [smiley face]!

I know much has changed in your lovely city of Chun Cheon during these years. I have seen pictures of the city as it is now, and I am amazed at the growth and progress. It would be a pleasure to hear from you. In the future, I may be able to contribute additional information and photos about my experiences there.

My best to you boys (gentlemen) and to all who subscribe to this ezine.    

홍석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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