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사진인 ‘헬리오그라피’
최초의 사진인 ‘헬리오그라피’

 

며칠 전 학교마다 입학식이 있었습니다. 춘천의 학교에서도 입학을 축하하면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지요. 부모님들도 모처럼 시간을 내 꽃다발을 든 아이들을 향해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고요. 왜 휴대전화를 꺼냈냐고요? 물론 입학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기 위해서지요. 요즘에는 다들 휴대전화를 이용해 편리하게 사진을 찍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편리한 사진기, 도대체 언제 생겨난 것일까요?

△오래전부터 전해진 카메라의 원리

사진기의 또 다른 이름은 카메라입니다. ‘카메라’라는 말은 ‘카메라 옵스큐라’라는 말에서 탄생했는데 ‘카메라 옵스큐라’는 ‘어두운 방’이라는 뜻이지요.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바늘구멍처럼 작은 구멍을 통해 바깥의 풍경이나 물체의 상이 통과해 반대쪽 벽에 비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나 유클리드라는 학자는 버들가지로 만든 바구니의 작은 홈을 통과한 바깥 풍경이 바구니 안에 비치는 현상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13세기 무렵 로저 베이컨이라는 사람이나, 이븐 알 하이삼이라는 사람도 역시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기록을 남겼습니다. 베이컨은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를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것으로 일식·경치를 관찰했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동양에서도 이런 원리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중국의 사상가인 묵자는 책에 “바늘구멍을 통과하여 맺힌 상은 거울을 보는 듯 뒤집혀 보인다”라고 기록했고, 학자인 심괄은 카메라 옵스쿠라의 특성에 대해 과학적인 실험을 했다는 기록도 남아있지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학자인 다산 정약용도 저서에서 이런 원리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카메라 옵스큐라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식을 안전하게 관찰하는 방법, 혹은 놀이도구로 널리 사용되었다고도 전해지는데요, 특히 화가들에게는 카메라 옵스큐라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실용적인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17세기부터 19세기에 활동하던 화가들은 정확한 스케치를 위한 도구로 쓰였던 것이지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17세기 중반의 네덜란드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물 주전자를 든 여인’이라는 작품에는 카메라 옵스큐라가 주전자에 반사된 모양이 그려져 있지요. 

△바늘구멍 사진기(핀볼 카메라)

화가들이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해 벽에 비친 모양을 직접 따라 그렸습니다. 하지만 사진기가 발명된 후에는 빛이 자동으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빛을 따라 그릴 화가가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어떤 물질은 빛을 받으면 성질이나 색깔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이를 ‘감광물질’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인 니엡스는 1826년 역청(아스팔트)을 칠한 유리판을 이용해 8시간에 걸쳐 최초의 사진을 찍는데 성공했습니다, 역청에 빛을 비춘 뒤 기름으로 유리판을 씻어내면, 빛을 받지 않은 부분을 씻겨 내려가고 빛을 받은 부분은 딱딱해져서 남게 되는 원리를 활용한 것입니다. 니엡스는 이 최초의 사진에 ‘태양이 그린 그림(헬리오그라피)’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직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렌즈 대신 작은 구멍을 활용한 사진기로서, 바늘구멍 사진기(핀볼 카메라)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종이나 깡통, 나무상자 등으로 쉽게 만들 수 있고, 이렇게 찍힌 사진은 독특한 몽환적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에 사진작가들이 때때로 이용한다고 합니다.            

홍석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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