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청소년들, 황순원문학관 ‘소나기마을’에 가다

황순원 전시관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학생들.
황순원 전시관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학생들.
‘공부 안 해도 되는 문학교실’에서 소설 ‘소나기’의 영상을 함께 보는 모습.
‘공부 안 해도 되는 문학교실’에서 소설 ‘소나기’의 영상을 함께 보는 모습.
미디어로 구현된 소설 속 배경을 체험하는 중.
미디어로 구현된 소설 속 배경을 체험하는 중.
수줍은 소설 속 소년 주인공 되어보기.

 

겨울 끝자락다운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 지난달 24일 토요일엔 색다른 나들이가 있었다. 청소년 발달장애학생 20여 명이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황순원문학관 ‘소나기마을’을 찾았다. ‘소나기마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문학관으로 알려진 곳이다. 현장을 방문하기 전 이해를 돕기 위해 청소년들은 황순원 작가의 작품 ‘소나기’ 이야기를 영상으로 먼저 만났다.

학창 시절 국어 시간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은 풋풋한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애틋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흘렀어도 작품이 주는 수줍은 설렘과 순수한 사랑의 아련함이 이곳에 담겨있다. 황순원 선생의 일생과 작품활동, 그리고 대표작 이야기 등 자료를 수집해놓은 황순원문학관을 비롯해 선생의 묘역과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배경이 곳곳에 만들어져 있었다.

학생들은 실내에 마련된 전시관과 문학교실에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설을 경청하며 견학을 시작하였다. 이야기 속 또래 주인공들이 친구처럼 느껴지는 대신, 만나본 적 없는 작가에 대해서는 제법 예의를 갖추는 모습들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맛보고 온 덕분에 중간중간 아는 장면에선 반가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실외에는 소설 속에서 소년과 소녀가 즐거운 오후 시간을 보냈던 수숫단들이 오솔길처럼 꾸며져 있었다. 돌아가면서 수숫단 속에서 또는 원두막에서 즐겁게 사진을 찍으면서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된 양 기분을 만끽했다.

도랑에서 소년이 소녀를 업어 건넜던 장면을 재현한 ‘너와 나만의 길’이 아날로그적인 장소라면, 영상체험관 디지털 ‘소나기 산책’은 황순원의 문학세계와 IT가 결합한 국내 문학관 최초의 실감 콘텐츠 영상체험관이라고 한다. 시시각각 공간이 바뀌는 영상미디어의 기술력에 신기함을 보이는 것도 잠시, 배경에 맞춰 주인공이 되어보는 발랄함을 표현하는 몇몇 친구들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후 시간에는 ‘소나기 광장’에서 야외활동으로 여덟 곳의 주요 지점을 돌아본 후 보물찾기 활동을 진행했다. 곳곳에 숨겨진 보물 쪽지를 찾아내는 학생들은 어느 때보다 눈빛을 반짝이며 뛰어다니는 모습이었다. 넓은 광장에서 각자 쪽지를 찾아내고 눈덩이를 뭉쳐 서로 장난을 치기도 하면서 깔깔거렸다. 신나게 뛰어놀며 웃는 모습은 소설 속 주인공들의 즐거운 오후 한때를 소환한 듯한 풍경이었다.

국민 소설이라 할 수 있는 ‘소나기’를 통해 작가와 작품 속 체험으로 함께 어우러진 시간이 학생들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또 수많은 학습과 경쟁 속에서 숨 가쁜 일상이기 쉬운 요즘의 우리. 가끔은 시간을 훌쩍 거슬러 바쁠 것 없이 온전히 사람을 향한 감정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배움이 더 필요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문학 활동을 통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윤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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