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나이 들수록 살기 좋은 곳

 

완도가 고향인 김상나는 중학교 시절까지 완도에서 보낸 뒤 서울로 전학해 1995년 강원대 무용학과에 1기로 입학했다. 춘천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졸업 후 지금까지 25년 가까이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다.

무용학과에 처음 들어갈 때만 해도 아는 선배도 없이 밤늦은 시간에 12시까지 연습하고 또 다음 날 아침 7시에 다시 나와 연습을 반복하는 생활이 무척 힘들었다. 그렇게 무용학과를 졸업한 뒤 학교에서 예술강사로서 아이들에게 무용도 가르치고 무용단원으로도 활동했다. 2010년 무용단 ‘김상나댄스프로젝트’를 창단해 대표를 맡았고 무용 공연 작품을 준비하면서 ‘이준철댄스랩’의 대표인 이준철 무용가를 만나 결혼한 뒤에도 지역사회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대학 생활을 위해 춘천에 올 때까지 그는 춘천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25년 전 대학 입학지원서를 제출하러 왔던 날의 매서웠던 칼바람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한동안 춘천이 잔잔한 도시라서 조심스러웠고 그만큼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무용단원으로 활동할 때는 일에 집중하느라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를 얻기도 어려웠다. 3년 전부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무용을 가르치면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됐고, 각각의 삶의 다양성을 보고 이해하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춘천은 나이가 들수록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춘천에는 문화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가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인형극제·마임축제·연극제와 같은 문화적 자산이 지속성을 갖는 것을 보면서 춘천이 수생식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굳건하지 않고 느슨하지만, 뭔가 연결의 힘이 작용하는 것 같다. 춘천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문화도시 사업의 하나인 ‘어바웃 타임 중도’에 참여하기도 했고, 올해 춘천문화재단 지원사업으로 11월에 현대무용과 국악 장르를 융합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눈앞에 이득이 보이는 쉬운 선택도 있지만, 아직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 

한 공연이 끝나면 즐거움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 그렇지만 무대가 주는 매력에 빠져 공연을 멈출 수 없고 공연이 주는 성취감 또한 크다. 대개 현대무용은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편안한’ 무용 공연을 추구한다. 관객들이 무대 위 무용수들의 실수를 발견하고 웃을 수 있는 단순한 즐거움뿐만 아니라 무용 공연을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공연으로 큰 관심을 얻는 것보다 지금처럼 소박한 삶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김희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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