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책읽는춘천, 담작은도서관에서 《육두구의 저주》 독회

지속가능연구소 이병용 대표가 책 발제와 함께 강연하는 모습.
지속가능연구소 이병용 대표가 책 발제와 함께 강연하는 모습.

 

‘육두구肉荳蔲’. 너무 낯설지만, 요즘 인기 많은 마라탕에도 들어가고 속이 더부룩할 때 마시는 흔한 약물에도 들어가는, 우리 일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식물이란다. 그런 육두구라는 열매가 누구를 어떻게 저주한다는 말인가. 그 궁금증으로 (사)책도시춘천 팀에서 진행하는 독서회를 찾았다.

《육두구의 저주》는 기후 위기가 ‘문화와 상상력의 위기’라는 주장을 펼쳤던 인도 출신 작가 아미타브 고시의 또 다른 화제작이다. 중세 지나 유럽 국가들이 제국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줄 향신료를 확보하기 위해 원거리 해상무역의 근거지로 식민지를 개척한다. 인도의 후추, 스리랑카의 계피, 몰루카제도의 정향, 그리고 반다제도의 육두구 등 생산지 점령을 둘러싸고 비인간적인 파괴와 살육이 펼쳐졌다. 당시 육두구는 한 줌에 집 한 채나 선박 한 척과 맘먹을 정도로 부와 사치의 상징이었다. 네덜란드 함대는 인도네시아 반다제도에서만 생육되는 육두구를 차지하기 위해 그곳에서 제노사이드 만행으로 인간공동체와 생태계를 파괴하고 무참히 육두구를 탈취한다. 지금은 가치 하락과 대량 재배로 헐값에 취급되는 이 값싸고 하찮은 식물 하나가 과연 21세기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시민정신이 투철하고 치안이 잘 갖춰진 국가가…그들을 이 지구상에서 제거하는 것은 합법적일뿐더러 신의 뜻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제국주의를 합리화한 베이컨의 말이다. 이런 논리에서 반다제도는 단지 향신료의 생산 공장이고 지구는 단지 ‘끊임없이 움직이는 비활성 입자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기계’일 뿐이다. 문명 제국은 자연이든 뭐든 모든 것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식민지 점령 후 기존 원주민의 문화·역사·생활방식을 점령자의 입맛에 따라 변경했던 ‘테라포밍’은 대규모 생태파괴를 초래했고 그 결과 곳곳에 네오 유럽이 창조됐다. 가장 집중적으로 테라포밍이 이루어진 지역인 플로리다주·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중서부와 호주 남동부 등에 최근 홍수·산불·가뭄 등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가 가장 빨리 나타나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이 책은 오늘날 기후 위기의 기원을 인간의 삶과 자연환경에 대한 서구 제국주의의 폭력적 착취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렇게 선진국이 다 망쳐놓은 지구 생태계를 우리가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위대한 문명국의 거대한 생태계 파괴가 이어진다면 자연은 인간에게 더이상 그 어떤 혜택도 주지 못할 것이며 기후 위기로 인한 끔찍한 자연재해와 재난으로 되돌려줄 게 자명해 보였다.

400년 전의 육두구는 이렇게 얄팍하게 살아가는 지구인들의 만행에 반격을 가하고 있다. 일본의 도겐 시티, 마크 로어의 텔로사,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시티가 지속 가능한 세상을 건설한다고 하더라도 부를 향한 이기심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성장은 오히려 자연을 더 많이 파괴하고 더 큰 재앙을 불러올 게 분명해 보인다. 자연은 더이상 인간을 돌보지 않을 것이며 재해와 재난으로 우리를 벌할 것이다. 인간이 위험하다. 지구가 위태롭다. 또 다른 회원의 열변처럼 더이상 나무를 베지 말고 더 많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 

김정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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