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유학생 보보쩌의 춘천살이 ⑤

보보쩌 강원대 대학원 체육과학과 박사과정
보보쩌 강원대 대학원 체육과학과 박사과정

때는 한국의 여름, 강원대 후문에 있는 삼겹살집에서 고기랑 소주 한잔을 마시고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어를 전공했고 한국으로 유학 왔다는 것은 나한테 꿈에도 없었던 일이었다. 과거에 한국어과를 졸업하고 미얀마에 있는 한국 회사에서 일하며 미얀마에만 계속 살고 있을 줄 알았던 내가 현재 춘천에서 삼겹살과 고기를 먹고 있었다. 내 미래를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면서 밥을 먹다가 시계를 보니까 저녁 8시가 됐다. 밥값을 계산하고 식당에서 나왔더니 여름이라 날씨가 따뜻하면서도 저녁때라 시원한 바람이 불어 춘천의 밤 환경이 좋게 느껴졌다. 개강하기 전이기도 했지만, 코로나 시기라서 학생들이 더 많이 없었던 게 제일 아쉬웠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게 꽤 답답했다. 그날 밤 나의 본격적인 한국생활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면서 잠에 빠졌다.

다음 날은 주말이라 춘천 시내를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그냥 기숙사에만 머물기로 결정하고 네이버를 통해 춘천과 강원대에 대한 정보들을 알아보고 있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수업을 시작하는 날, 학교에 가는 게 어색하고 사람들은 낯설었다. 강원대 백령스포츠센터에 있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교수님은 물론이고 수업을 함께 듣는 선배와 동기들이 내게 관심을 보이며 미얀마와 나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며 질문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친한 사람들이 모두 착한 사람들이라 처음부터 나는 한국인들이 무척 착하고 다른 사람을 챙겨주는 사람으로 알게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다른 고민이 생겨버렸다. 내가 어떻게 공부해야 성공적인 유학 생활이 될지 많이 생각했다. 한국어로 수업하고 한국어로 수업을 들었지만, 미얀마에서 한국어과로 전과한 학생이라 스포츠과학과 수업의 기초도 모르는 나는 첫 학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기숙사에서 밤을 새워 공부하면서 가족을 보고 싶은 마음에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첫 학기를 잘 이겨냈다. 계속 공부만 하느라 춘천에서 가보지 못한 곳이 많다. 그렇지만 내 기억 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하루의 여행이 있다. 석사 첫 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공부 때문에, 그리고 외로워 가족에 대한 그리운 마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우울증이 생길 정도로 힘들었다. 하루 정도라도 일상을 벗어나고 싶었다. 어디 갈 만한 곳이 있을까 싶어 검색하다가 눈에 들어온 곳이 바로 ‘청평사’였다.

처음 떠나는 하루 여행이라 가는 길도 몰랐지만, 꼭 가고 싶은 마음에 무턱대고 택시를 타고 하루 여행을 시작했다. 택시는 비싸지만, 택시 안에서 산도 많고 나무도 많은 춘천의 환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내 고향과 비슷한 환경이라 너무 행복하고 신이 났다. 하지만 청평사에 도착하기 전에 많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택시비가 3만7천 원이 나왔다. 다시 춘천으로 돌아가려면 두 배를 내야 한다. 그냥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택시에서 내려 나의 하루 여행 목적지인 청평사가 있는 산으로 등산을 시작했다. 춘천, 아니 한국에서 나의 모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게 된 첫 여행이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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