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닝’의 ‘종수’를 닮은 대학생 김진형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림대 사학과에 재학 중인 김진형입니다. 춘천사람이 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평소 책과 영화를 많이 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책이나 영화가 나왔던 당시의 시대상을 알 수 있다는 점도 좋고, 특히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최근에 고레헤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2018)이라는 영화를 봤거든요. 구성원은 6명인데, 사실 직접적인 혈연관계인 사람들은 아무도 없어요.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서 가족을 이루고 일상을 보내는 소소한 모습들이 주된 내용이에요. 이제껏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는 영화를 보며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책과 영화를 통해 늘 다양한 시각을 배워가는 것 같아요.

책과 영화 안에서 수많은 캐릭터를 만났을 텐데, 본인과 가장 많이 닮은 인물은 누구인 것 같나요?

영화 ‘버닝’(2018)의 주인공 종수와 가장 닮은 것 같아요. 종수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소설가 지망생이에요. 소설을 쓰고 싶지만, 구체적인 방향은 정하지 못하고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부족한 면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거나 영화 감상문을 쓰는 것처럼 제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데는 뛰어나다는 칭찬을 자주 받았어요. 그런데 지금,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가득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로 어떤 내용의 글을 쓸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어요.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종수’와 제가 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고군분투하고 있을까 고민했어요. 과거에는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사람들이 역사적 흐름에 참여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맹렬하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종수’와 저를 포함한 지금의 청년들은 자기 인생에서 사회와 맞닿아있는 의미를 찾고 몰두하기에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것 같아요.

원작 소설이 영화로 재탄생하기도 하고 반대로 영화가 책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만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각자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는 시각적인 자극을 통해 전달하니 예술적인 부분들이 바로 와닿고 반대로 책의 텍스트를 통해서 읽을 때 더 상상력이 극대화되는 것 같기도 해요. 고등학생 때 도서관에서 《미스터 선샤인》 원작 소설을 읽었었어요. 영화는 아니지만, ‘미스터 선샤인’ 드라마 자체가 워낙 영상미나 OST가 훌륭하다 보니 책으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오히려 유려한 문장들이 아름답게 느껴지면서 드라마 장면들이 더 와닿았던 기억이 있어요. 책과 영화 또는 드라마의 만남은 많을수록 더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진형 씨의 글을 읽은 사람들이 어떤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나요?

예전보다는 상업영화에서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여전히 책이나 영화 같은 공론장에서 발화 권력은 자본의 격차, 그리고 사회적 지위의 격차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워요. 만약 ‘종수’처럼 일용직 노동을 필수적으로 해야 생계가 유지된다면 이 독창적인 글쓰기 재능을 마음껏 펼치기는 어렵잖아요. 자본의 격차 때문에 예술의 다양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담은 글을 쓰고 싶어요. 현대 사회에서 노동계급이 처한 현실을 그들의 목소리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모습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담아 1인칭 시점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거죠. 그래서 제 글을 읽는 독자들이 ‘사회적 약자가 겪는 삶의 문제들을 알고 사회적으로 변화가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기사에 모두 담지 못할 정도로, 질문을 던질 때마다 적절한 영화와 책을 예시로 들어 답변하는 진형 씨의 모습을 보며 그 관심과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영화 ‘가타카’(1997)의 주인공처럼 부당하고 어려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글쓰기라는 무기를 통해 저항하고자 하는 진형 씨의 삶의 태도를 응원한다. 

최유빈 시민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