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공지천 온의교-공지교-효자교 구간에 7.4km 조성

 

“우리는 삶에서 걷기를 몰아냈다. 하지만 우리는 걷는 존재로 태어났다.”

걷기에 대한 가장 지적이고 과학적인 탐구라는 찬사를 받은 《걷는 존재》의 저자 애나벨 스트리치가 한 말이다. 현대인은 주로 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걷기 위해서는 따로 시간을 내야 한다. 지극히 평범한 걷기가 현대인들에게는 생각처럼 쉽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평범한 걷기도 복장을 갖춰야 하고 시간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쉽게 시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맨발걷기’를 하게 된 후로 나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흙이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든지 걷기를 시도한다. 맨발걷기를 한 이후 숙면할 수 있었고 만성 변비와 생리통, 발가락 근육경련 현상 등이 사라졌다. 매일 같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지는 않은데, 신기하게도 맨발로 걸은 날과 걷지 않은 날의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걷기는 수백 개의 근육·관절·뼈·힘줄을 정교하면서도 힘들이지 않고 움직이며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뿐 아니라 수많은 분자 경로를 활성화한다. 또한, 심장을 확장하고 근육을 강화하며 동맥의 내벽을 매끄럽게 할 뿐만 아니라 혈액 속 당을 배출시키고 후성유전학적 변형이라는 기적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유전자를 변화시킨다.

맨발걷기는 이러한 걷기의 효과 말고도 지압·접지 효과, 발가락 꺽쇠 효과, 발바닥 아치효과라는 놀라운 효과가 더해진다. 지압효과는 숲길의 돌멩이나 나무뿌리 등이 맨발 발바닥을 지압해 각 지압점에 상응한 기관과 장기들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면역체계를 강화한다. 접지효과는 땅속 음전하를 띤 자유전자가 몸 안으로 올라와 우리의 생리적 작용들을 최적화한다. 

1991년 존스 홉킨스 대학 의학부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류를 앓게 하는 질병은 3만6천여 가지인데, 이 질병의 모든 원인은 활성산소”라고 발표했다. 활성산소는 필수 요소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우리 몸속에 활성산소가 너무 많이 생기고 잘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항산화제를 먹고 산화(노화)를 막기 위해 엄청난 돈과 에너지를 쓰고 있지만, 현대인을 괴롭히는 만성질환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활성산소는 전자적으로 양전하를 띠는데, 땅속 음전하를 띤 자유전자를 만나 중화됨으로써 최고의 항산화 효과를 얻게 되어 수많은 질병이 치유된다. 다음으로 발바닥 아치와 발가락 꺽쇠 효과는 맨발로 걸으며 발바닥의 아치 부분을 자극해 근골결계 통증 감소, 혈액 펌핑 등의 효과는 물론 발가락이 부챗살처럼 펴지는 꺽쇠 작용으로 정자세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맨발걷기의 효과가 최근 많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맨발걷기를 어디서 할 수 있는지 묻는다. 나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흙길이 제일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춘천시가 지난해 12월 조성하기 시작한 ‘봄내맨발로’는 다수의 시민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춘천시는 도시 곳곳에서 총 7.4km의 맨발걷기 길 조성을 계획하며 ‘봄내맨발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첫 맨발 길이 공지천 수변 온의교-공지교-효자교로 이어지는 산책코스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춘천시지회는 지난 11일, 봄내맨발로에서 올해 첫 정기모임을 가졌다. 다가오는 31일에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의 강연과 함께 춘천시지회 발대식이 예정되어 있다. 봄내맨발로에서 맨발로 걸으며 봄의 도시 춘천을 만끽해보자. 버드나무와 백로·물닭·흰뺨검둥오리 등이 반겨줄 것이다. 햇빛을 쐬고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물소리를 들으면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이 더 많이 배출되니 행복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옛 추억을 떠올리며 맨발길 옆 하천에서 발 닦는 즐거움은 덤이다.

 

정미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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