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1990년대, 춘천 넘어 강원도 민주화운동의 자양분
류재량 대표, “옛 춘천서림 정신과 종이책 가치 이어갈 것”

류재량 대표와 아들 류정현 군, 책장에 놓인 명사들의 캐리커쳐는 류 군의 솜씨다.사진=김정민 시민기자
류재량 대표와 아들 류정현 군, 책장에 놓인 명사들의 캐리커쳐는 류 군의 솜씨다.사진=김정민 시민기자

 

추억의 ‘춘천서림’이 27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옛 춘천서림은 강원대 후문 대학가에 자리한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으로 1980~1990년대 지역 대학생들과 재야인사 등으로 북적이는 배움과 소통의 사랑방이었다. 1982년 현 강원민주재단 상임이사가 처음 문을 열었던 춘천서림은 2년 전 작고한 고 나환목 대표가 1986년부터 1997년까지 운영했다. 당시 춘천서림은 강원대뿐만 아니라 춘천을 넘어 강원도 전역에 걸쳐 이론적 자양분의 원천이었다. 따라서 경찰의 감시는 늘 일상이었고, 압수수색도 수시로 이루어졌다. 27년이란 긴 세월이 지난 2024년 봄, 팔호광장 인근에 ‘춘천서림’의 간판이 다시 올랐다. 

새로운 주인은 류재량 전 광장서적 부사장이다. 지난해 광장서적이 문을 닫은 후 지역 서점의 역할을 다시 고민한 류 대표의 결론은 지역에 인문사회과학 서점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후 춘천서림의 정신을 잇겠다는 다짐과 함께 서점 문을 열었다. 그 과정에서 자녀들도 인물 캐리커쳐와 소품 등 공간 구성에 힘을 보탰다. 50평 남짓한 공간은 서점과 카페 ‘봄내울 책숲’, 세미나실 등으로 이뤄졌다. 특히 시민 누구나 자신이 아끼는 책을 전시하고 공유하는 ‘시민의 서재’ 코너 등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류재량 대표 인터뷰

‘춘천서림’을 다시 여는 마음은?

엄혹했던 군사정권 시절, 청년들의 울분과 지적 호기심을 채워준 ‘춘천서림’의 정신을 계승하며 디지털 시대에도 여백과 성찰, 느림 등 종이책의 가치를 이어가고 싶다. 최근 서점 생태계는 중대형서점이 줄고 소규모 독립서점이 늘고 있다. 춘천서림도 독립서점인 셈이다. 24년간 몸을 담았던 광장서적의 부도로 송구했던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춘천서림만의 특별한 점은 무언가?

가운데 회랑을 중심으로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나의 독서 편력이 담긴 회랑 ‘책숲지기의 서재’는 마음에 새긴 글귀를 통해 ‘잠시 디지털하기를 멈추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회랑을 지나면 인류 문명사에 큰 영향을 준 인물들을 캐리커처한 세미나실이 있고, 편안히 책을 읽을 수 있는 1인 테이블이 있다. 반대편에는 시민 누구나 자신이 아끼는 책을 2주간 전시하며 지식을 공유하는 ‘시민의 서재’가 있다. 철과 나무가 조화를 이룬 공간, 젊음과 어른이 조화되는 곳에서 지적 다양성을 추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춘천서림을 잘 즐길 수 있는 팁은?

‘책숲지기의 서재’와 ‘시민의 서재’에 있는 책은 얼마든지 맘껏 읽어도 좋다. 심지어 낙서도 괜찮다. 다만 판매용 책은 주의해서 조심조심 읽기 바란다. 도서와 음료를 같이 주문하면 적지만 할인도 있다. 세미나실은 소모임을 할 때 음료만 구매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고 나환목 형님 시절을 추억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20대였던 나와 그들은 어느덧 기성세대가 됐다. 조화로운 이곳에서 학생들이 좋은 책을 맘껏 읽고, 토론하며 세상과 싸우고,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벗이 되고 싶다. 시민들도 함께 말이다. 우선 많은 이들이 찾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조만간 작가 초청 행사도 열 계획이다. 많은 관심과 응원 바란다.                

‘춘천서림’이 27년 만에 팔호광장 인근에 다시 문을 열었다. 사진=김정민 시민기자
‘춘천서림’이 27년 만에 팔호광장 인근에 다시 문을 열었다. 사진=김정민 시민기자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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