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협동조합 다행이다’, 발달장애 청소년들과 함께 ‘마을 속 요리 교실’

맛있는 간장야채떡볶이를 만드는 ‘요리사들’.
맛있는 간장야채떡볶이를 만드는 ‘요리사들’.

 

지난 21일 목요일 오후, 칠전동 골목 한 자락이 시끌벅적하다. 학교를 마친 후 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후활동센터에 모인 학생들이 서로의 하루를 수다로 풀어내며 요리 교실로 향한다. 춘천시 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후활동센터는 ㈜나비소셜컴퍼니가 춘천시로부터 지정받아 운영하고 있다.

방과후활동센터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성 향상과 자립 생활에 필요한 성인기 준비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주목할 지점은 칠전동이라는 마을을 중심으로 가까운 파트너들이 아이들의 성장을 채워주는 중요한 협력자가 되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동네 안에서 종이접기 공방과 요리 교실, 식당·편의점·우체국·공원 등을 익숙하게 오가며 경험을 쌓는다. 다른 사람의 손에 이끌리기보다 스스로 작은 할 것을 이루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은 모험의 여정이지만, 함께하는 친구들과 따뜻한 눈빛의 어른들이 곁에 있으면 의외로 해내는 게 훨씬 많은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오늘은 칠전동에서 마을돌봄교육공동체 사업을 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다행이다(이하 다행이다)’에서 요리 수업이 있는 날이다. 신남초 학부모를 중심으로 ‘드름지기’라는 교육공동체를 오랫동안 이어오면서 마을돌봄교육공동체로 자리 잡아가는 ‘다행이다’는 엄마들이 주축이 되어 발휘하는 따스함이 있다. 대인관계 기술이나 작업 활동이 다소 서툰 발달장애학생과 함께 지낸 시간도 어느덧 5년을 바라본다. 오랜 시간 동안 익숙하게 요리 활동을 배워 온 친구들은 재료를 씻고 다듬는 일부터 올바른 요리 도구를 활용해서 재료를 준비하는 작업까지 열심이다.

오늘 메뉴는 ‘간장야채떡볶이’로 썰고 볶는 과정이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요리에 참여한 학생들은 분주함 속에서도 차근차근 설명에 따라 손을 움직이며 당당하게 요리사가 되어 마지막으로 요리를 완성할 때까지 진행했다. 쓰고 난 간단한 설거지와 정리까지 마치고 나면 내가 만든 애착 떡볶이가 한 통씩 가득 담긴다. 도저히 맛없기 어려운 오늘의 요리 상자들은 가정으로 가져가 저녁 식탁에서 더 뿌듯하게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먹거리와 식생활은 누구에게나 가장 기본적인 삶의 기술이다. 다양한 재료와 음식을 만나고 즐길 수 있게 되는 과정은 그 자체가 살아있는 교육인 셈이다. 자칫 서툴고 느린 장애의 이해가 오히려 앞선 염려로 아이들이 경험할 기회를 제한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모험의 기회를 열어주고 은근한 지원으로 지지해주는 것은 경험을 통해 어른이나 비장애인이 배워야 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행이다’의 식구들은 이런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도움과 기다림의 수위 조절이 어떤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생각한다. 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과 방법을 마련하는 것, 자신의 의지를 조금 더 앞세워 볼 수 있게 격려하는 것 등이 어쩌면 함께할 수 있는 비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요리’로 당당하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아우르는 것에는 ‘장애’라는 단어보다는 ‘사람’이라는 관점이 더 자연스럽다. 그런 사람들의 자리이기에 오늘의 떡볶이가 더욱 맛나 보인다.                              

세심하게 재료를 손질하는 학생들.
세심하게 재료를 손질하는 학생들.
완성된 요리로 자신감도 뿜뿜.
완성된 요리로 자신감도 뿜뿜.

 

김윤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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