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A-pop’이나 ‘A-culture’란 말을 들어봤는가. 처음 듣는 이라도 K-pop, K-culture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K’가 한국이라면 ‘A’는 아리랑이다. 굳이 이렇게 A-pop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이유는 그만큼 아리랑이 세계화되었고 우리나라 문화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아리랑은 2012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이후 북한 아리랑도 추가되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지정의 기준은 조금씩 변하였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공동체 문화 강화, 전승의 연속성,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아라리는 여기에 다 해당되는 소리이다. 정선 지역 아라리는 여전히 전승되고 있거니와 새로운 가사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가사를 만드는 이는 전문적인 작사가가 아니다. 정선에서는 해마다 새롭게 만든 가사집을 발간하는데 지역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현실에 대한 자신의 입장 등이 잘 드러나 있다. 전통 유산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재창출되면서 전승되는 경우는 세계에서도 그 예를 찾기 어렵다.

물론 창작된 모든 가사가 유통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전승되는 가사도 동시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기 때문에 생명력을 가지고 전해지는 것이다, 다음은 2013년도 정선아리랑 창작가사집에 실린 일반 정선군민의 소리이다.

음주장수 금주단명 동서고금 진리고요

선주후식 쏘삼맥칠 주례마을 법돕니다

술을 사랑하는 애주가의 면모가 드러나는 가사로,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 제조의 비율까지 정해버린다. 애주가의 익살과 더불어 후대에는 현재의 음주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전승되는 지역 소리들이 경기소리들에 밀려나고 있다는 현실이다. 정선 지역은 그나마 지자체가 나서서 여러 가지 전승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나머지 17개 시군은 형편이 다르다. 이에 필자는 작년 1월 지역신문에 아리랑, 나아가 강원도 무형문화유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첫째, 18개 시군 각각의 아라리를 모두 발굴하여 문화유산으로 만들자. 둘째, 남아있는 지역에서 전하는 아라리를 아카이브하자. 셋째, 강원무형문화유산원을 건립하자. 여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이미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과 상관없이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전승되어 오는 지역민의 소리도 채록하고 아카이브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우리는 아라리와 아리랑의 차이에 대해 들었다. 아리랑을 잘 이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아라리가 잘 전승되어야 한다. A-culture를 대표하는 ‘아리아라리’와 같은 아리랑뮤지컬이 세계로 뻗어나가 유명해진 데에는 아라리라는 바탕이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강원 지역에서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을 하더라도 불렀던 소리를 문화자원으로, 문화 바탕으로 삼아 쓰고 즐기고 남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의 세 가지 주장에 더해서 아라리 전문교육기관을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국악, 나아가 민속악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기존 기관에서는 강원 지역 소리를 제대로 전수하지 못한다. 따라서 강원무형문화유산원과 더불어 강원 지역의 소리를 전문적으로 교육할 곳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만 다른 지방의 소리가 강원도 문화유산으로 둔갑하는 오류를 막을 수 있다. 

못하는 공부를 날 권하지 마시고

내 좋아하는 아라리 소리꾼 만들어줘요

같은 가사집에 실린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부른 위 소리는 공부하기 싫은 특정한 학생들만의 외침이 아니다. 생활 속의 아라리, 현장에서 창작되고 전해지는 아라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라리는 생명이 질기고 힘이 세다.          

유명희(춘천학연구소장 직무대행)

※ 아리랑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합니다. 다음 기회에 각 지역 아라리 노랫말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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