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량 춘천서림 대표
류재량 춘천서림 대표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캠페인은 선명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언어는 정갈하다. 듣도 보도 못한 ‘괴랄한’ 정권과 그 주구走狗들이 내뱉는 오염된 언어에 지친 시민들은 환호한다. 조국은 그가 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엘리트라는 레테르letter를 떼지 못한 채 위선자로 조롱받고 멸문지화 당했다. 빵 몇 조각 훔친 죄로 교수형을 당했을 만큼 그에게 주어진 무도한 형벌은 그 크기만큼의 연민으로 스토리텔링 되었다. 대체로 마음에 빚을 진 정치인들에게 권력을 주었던 역사로 보아 조국 역시 큰 정치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거기에 있지 않다. 

“‘인간에 대한 사랑’은 후퇴하고 혁명가는 전사나 음모적인 정치가로 타락한다”라는 말이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그리하여 정치는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는 과정이 아니라 동지와 적을 가르고, 그 적대적 대립 속에서 승리하고 쟁취하는 것이 유일한 현실적 목적이 되었다.

- 김상봉, 《영성 없는 진보》, 97쪽.

조국혁신당 1호 공약은 ‘한동훈 특검법’이고 1차 목표는 윤석열 정권의 레임덕, 2차는 ‘레드덕’이다. 속이 다 뻥 뚫린다. 그러나 문제는 비판이 아니라 형성에 있다. 한국 민주화의 역사는 불의한 권력을 파괴해 온 역사다. 무도한 권력을 무너뜨린 열정과 용기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새로운 사회에 대한 건설의 지혜는 부족했다. 의사 결정의 형식에서 시민 주권을 회복하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국가의 공공선에 부합하는 보편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구호에서 아직 공화국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박근혜를 시민의 힘으로 권좌에서 끌어내렸을 때, 지금 같은 시절이 다시 도래하리라고는 정말 꿈도 꾸지 못했다. 180석을 가지고도 개혁 입법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민생문제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2024년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참으로 비참하다. 무능하고 무도한 검사 권력을 끌어내려도 또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있는가?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역사의 질곡에서 피해자는 언제나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아니었던가! 

“영국 인민은 의회 의원의 선거 동안만 자유롭다. 의회 의원이 선출되는 즉시 영국 인민은 노예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250년 전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영국인들을 야유했는데, 지금 우리 역시 투표장에서만 자유인일 뿐 일상에서는 임금 노예 상태는 아닌지 반문해 봐야 한다. 나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당시 이재명의 기본소득 논쟁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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