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호 《녹색평론》 독자
안기호 《녹색평론》 독자

갑진년 새 학기가 시작되고 며칠 되지 않은 지난 7일 인천 송도에서 GTX-B 노선 착공식이 열렸다. 동시에 GTX-B 춘천 연장에 대한 환호의 현수막이 시내 곳곳에 걸렸다. 춘천의 ‘수도권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수도권 시대’라는 구호에 만감이 교차한다. 모든 지역이 수도권이 될 수도 없고 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부를 추구하는 건 인지상정이니 GTX-B 춘천 연장 자체는 환영할 만하더라도 지역의 주체성을 잃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사대주의와 관련하여 합종연횡의 중국 고사가 떠 오른다. 진나라가 강성해지자 진을 제외한 나머지 여섯 나라가 ‘합종合從’하여 진을 견제하자고 한 소진의 합종론과 강한 진나라에 연대하여 안정을 도모하자는 장의의 연횡론이 뒤를 이었는데, 결과는 장의의 주장에 따라 진나라에 붙었던 나라들은 차례대로 망했다. 역사를 보더라도 자기중심을 잃고 강함에 기대 생존을 도모하려다가 흔적 없이 사라진 나라들이 한둘이 아니다.

춘천시는 특례시 지정을 받기 위한 조건 두 가지 중 하나인 면적은 충족했고, 남은 하나인 인구 30만 명 달성을 위하여 대학생들에게 정착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도 2022년 12월 기준 29만804명에서 정체를 거듭하다가 올해 2월에는 29만440명으로 오히려 소폭 감소하였다. 강원대는 1980년대에 춘천·강원권 출신 학생이 절반을 넘었지만, 지금은 수도권 출신이 전체 입학생 3천393명의 54%에 달하는 1천820명에 이른다. 외국인 유학생과 기타 지역 출신을 제외하면 그 비중은 더 높아진다. 이들 중 다수는 ITX나 전철 등 편리한 교통시설을 이용하여 통학하고 있다. 그러나 4천3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사비 부담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요즘엔 역세권·편세권·스벅권 등의 입지를 내세워야 해당 지역이 부각된다고 한다. 춘천이 수도권 운운하는 것과 수도권 일부 도시들이 서울 편입을 이야기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서울의 부를 좇겠다며 김포시 서울 편입 논란이 뉴스면을 뜨겁게 달구었지만,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시민들은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었고, 법적 절차도 복잡할뿐더러 서울시나 경기도 등 해당 광역단체와 협의조차 없었다. 김포시가 추진한 총선 전 주민투표도 총선 60일 전에는 주민투표가 불가하여 추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도 휴면 상태로 알려졌다. 많은 시민이 총선용 전시행정이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별법은 총선 후 동력을 상실하고 유야무야될 공산이 크다.

춘천으로 이야기를 되돌린다면, 1960년대 미국의 지원으로 번영했던 필리핀의 현 상황을 잘 살펴야 한다. 수도권의 낙수효과에 매혹되어 ‘서울 사대주의’에 기대지 말자. 푸른 산, 맑은 물, 편리한 교통 등 천혜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융합하여 춘천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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