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늦은 여름에 무씨를 뿌리고 잿빛 가을이 오던 때. 아버지는 실하고 줄기 굵은 놈으로 창고 뒤편 응달에 시래기를 매달아 놓으셨다.

그 푸르던 잎사귀는 겨울바람에 제 색깔을 잃어버리고 누런색으로 변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된장 풀어 구수한 시래기국과 총각김치를 드시는 철을 얼마 남겨 두시고 혼자만이 가야할 길에 홀로 서 계신다.

섣달 그믐날이라 달도 작다.

어둠은 또 왜 이리도 긴지 한참을 잔 듯해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아버지!

벌떡 일어나셔서 김 모락모락 나는 시래기국 좀 드세요~.

한희민 시민기자
*기자의 부친은 18일 오전 8시 58분에 숙환으로 운명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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