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모든 인연은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의 순간까지도 하늘이 내어준 소중하고 거룩한 만남의 연속이다.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새해를 맞으며, 지난 동안 이러한 만남에 대해 얼마나 소홀하였던가를 회고한다.

나의 주변인에게 본의 아니게 준 상처는 없었던가, 서로에 대한 소소한 감정들로 복작대는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던가, 또 그러한 시간의 연속으로 소중한 인연을 잃지는 않았던가!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속에서 이러저러한 후회와 미련이 찌꺼기로 남아 서걱댄다. 돌이켜 보면, 삶을 관조하는 깊이가 내게 턱없이 모자랐다. 이것은 집착과 원망과 독선이 뒤엉켜 고집스럽게 자리하고 있던 탓이다. 이런 고리타분함과 틀 안에 갇힌 사고방식은 늘 삶을 어렵고 불편하게 한다. 특히 사람간의 만남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또다시 해가 바뀌었다. 한 해가 바뀔 때마다 유수(流水)와 같은 세월을 원망하고 인생의 덧없음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자연의 일부분인지라, 순리대로 순응해야 한다. 삶의 계절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변화해야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에 발동을 걸어 지금의 삶과는 또 다른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때다.
장자의 소통철학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장자는 상대방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필요에 맞게 소통하며, 소통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라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는 장자철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만남과 소통에 있어 중요한 것들 중 하나가 남을 향한 원망 대신 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관계에 의한 만남에 대한 허무와 부정적인 기억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감동의 순간을 전해주며, 서로의 마음에 작용하여 모든 인연을 엇갈리지 않게 한다. 그러기 위해 오랜 관습의 틀을 벗고, 고루한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에 게으름을 피우지 말아야 한다. 변화를 통한 감동은 자신에게 적극적인 자에게 먼저 찾아온다.

어쩌다 누군가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독이 되어 울화통으로 뒤틀렸던 기억이 있는가? 혹은 착각과 오해로 뒤얽혀 누군가를 책망했는가? 새해에는 상대를 원망하는 마음을 바람과 함께 더불어 게워내고, 나의 변화를 통한 내면의 새로움을 꿈꾸어 보자.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변화의 순간순간이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사소한 변화에도 감동을 주는 꽃은, 사람은, 모두 아름답다.

선우미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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