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가 2016년도 예산을 짜면서 전통시장을 살리는데 46억8천만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애초 예산 17억7천만원에서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춘천만의 문제가 아니겠지만 지역경제 사정을 감안할 때 서민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춘천시의 의지가 보여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뜻이 좋다고 결과가 다 좋지는 않으므로 방법의 적절성은 한 번 깊이 따져봐야 한다. 잘못된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나머지 결과가 신통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 시민의 세금만 낭비한다면 실로 큰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전통시장에 대해 생각 따로 행동 따로의 양가적인 태도를 보인다. 전통시장은 서민적이고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도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구호가 대한민국 전역의 도시에서 유행가처럼 나오고 있을 만큼 전통시장에 잘 가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그럴만한 이유가 여러 가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전통시장에 돈을 퍼붓기만 해서는 전통시장이 살아날 리 만무하다.

전통시장에 사람들이 가지 않는 이유를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를 찾을 수 있다. 전통시장이 사람들이 빈번하게 들르는 대형마트나 농·축·수협 마트에 비교해 물건 값이나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물건 값을 자세히 비교하지 않더라도 전통시장 살리기의 중요한 방안으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일을 지정하고 나서는 일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로컬푸드의 제공과 같이 지역경제와 지역민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측면에서도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2011년이긴 하지만 (사)강원살림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춘천의 애막골새벽시장과 같은 곳은 춘천에서 생산된 제품이 40%를 차지하여 도내에 있는 대형마트의 도내 생산품 평균 입점비율 7%를 훨씬 상회했지만, 다른 곳에서는 춘천을 포함한 도내 전체 생산품이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형마트가 아니더라도 근거리 유기농 생산품이라는 측면에서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곳은 또 있다. 다양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그 곳이다. 회원제로 운영되면서 근거리에서 생산된 유기농 제품을 접근성이 좋은 매장에서 판매하는가 하면 배달까지 한다.

이런 사정을 다 들여다보면 왜 경쟁력이 없는 전통시장에 돈을 퍼부어야할까에 대한 답을 쉽게 찾을 수 없게 된다. 다만 이런 실용적인 이유가 아니라 시장에 의존해 살고 있는 상인 등 많은 사람들의 경제적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 측면에서라면 수긍할 수 있는 답이 나온다.

결국 따지고 보면 전통시장은 이를 둘러싼 보통사람들의 삶을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일이다. 그렇다면 정책도 이 정신에 맞아야 한다. 10대 재벌의 자산이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의 90%에 육박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문화와 가치가 사회전반에 퍼질 때 비로소 전통시장 살리기 예산도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지역정치인의 종합적인 사고를 촉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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