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는 시장에 가자. 시장에는 사는 맛이 있다.
늘 그랬듯이 올해도 춘천의 전통시장들은 손님을 맞기 위해 안팎으로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이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인 만큼,
시장 상인들은 전통시장의 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춘천사람들>은 서민경제의 근거지인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나고,
시장의 활기와 희로애락을 전할 예정이다. 그에 앞서,
춘천의 전통시장 현황과 정책, 활성화 방안에 대한 정리를 먼저 싣는다.
 
풍물시장 풍경
시장이란, 간단히 말해 물건을 팔고 사는 곳이다. 그런 시장이 위기라 한다. 특히 전통시장의 경우, ‘전통시장 살리기와 활성화’가 전국적인 화두가 된 지 오래지만 그 활로 모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몇몇 전통시장은 그들이 가진 고유의 품목과 분위기로 다시 활기를 되찾고 심지어 관광명소까지 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지방 중소도시인 춘천의 전통시장이 홀로 일어서는 것이 버거워 보인다.
게다가,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 편의점 등이 점점 더 서민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에서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또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 본다. 역으로 말한다면 그만큼 전통시장의 존재감은 중요하고 거대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오랜 세월 사람의 역사, 삶 속에는 늘 왁자지껄한 시장이 있었고 오늘날에도 그 가치를 계승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시장의 위축을 온 나라가 걱정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네 서민의 삶에 밀착돼 함께 해온 시장의 존재를 아쉬워하는 마음의 반증일 것이다.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춘천에는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전통시장들이 있다. 1960년 8월 16일 개설한 이래 현재까지 춘천 시장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중앙시장을 필두로 남부·제일·동부·서부시장이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전통시장 인정시장으로는 후평 일단지시장과 풍물시장이 있다. 또, 번개시장과 요선동 상점가, 인공폭포 상점가, 육림고개 상점가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많은 시장들이 대형마켓, SSM, 편의점 등과 경쟁하고 버티면서 서민들 곁을 지키고 있다.

최동용 춘천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통시장을 전통과 문화의 중심지 기능을 갖춘 복합공간으로 조성하고 중소기업과 향토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춘천시는 전통시장과 상점가 활성화를 위해 근래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 2016년에는 중앙시장 저잣거리 조성, 풍물시장 비가림 시설 등 6개 시장 15개 사업에 총 46억8천만원 규모의 관련 예산이 진행될 예정이며, 여기에 이월사업비와 추가 사업에 대한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에는 41억원 가량이 투입되는데, 이중에는 옥상방수(동부시장)와 비가림시설(풍물시장), 화재경보시설 교체(서부시장), 시설 개보수(남부시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풍물시장과 샘밭장터의 낭만 5일장 운영, 축제 지원과 마케팅·홍보 등이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중앙·제일·서부·동부·남부시장 등 5곳에 화재보험 가입을, 중앙·제일·서부·동부·남부·풍물·후평1단지 시장에는 안전요원 배치 비용을 지원한다.

이밖에도 육림고개 상권 활성화를 위한 시민장터도 확대 운영된다.

올해부터는 골목상권 지원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통시장과 기업 간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BBQ그룹의 서부시장 ‘치킨캠프’ 설치 및 외식 프랜차이즈 조성, KT&G상상마당의 중앙시장 ‘낭만FM 스튜디오’에 이어 풍물시장에 삼성SDS 후원으로 디지털 홍보판을 설치한 예는 상인들의 적극적인 자구책이 통한 케이스로 좋은 선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강원도에서도 전통시장을 지역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한다. 이에 수도권 관광객들을 겨냥, 전통시장마다 특별한 색을 입히는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밝힌 바 있다.
중앙시장 전경

변화를 두려워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활성화 방안들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춘천시민연대 유성철 사무국장은 “예산이 시설에만 맞춰져 있다. 대형마트 규제가 같이 가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붙기와 같을 것”이라며, “대형마트와 시장상인, 상생발전위원회가 필요하다. 상인들이 어떻게 대기업들과 경쟁을 하겠나? 경쟁 자체가 안 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덧붙여 “의도적으로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번개시장의 경우는 상인들의 노력으로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는 좋은 예다. 소양로의 지역적 특성을 잘 살려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시관계자와 기획 전문가는 ‘상인들의 적극성’을 강조한다. 시 경제과 김한기 계장은 “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점포주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전제하며, “변화를 두려워하면 기존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또 “우리의 전통시장에는 먹을거리가 약하다”면서, 소포장 단위를 자체 개발해야 한다며 포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여기에 외국 관광객들이 전통시장을 방문했을 때 겪는 어려움들도 상인들이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또 시장 상인의 고령화 전문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중소기업청에서 하는 상인대학이나 점포대학에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풍물시장 전경

정책의 지속성과 시장 전문가가 필요하다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좋은 사례를 던져주고 있는 <굴러라! 감자원정대>의 기획자인 아이잡강원의 박웅재 대표는 먼저 지자체장의 관심사에 따라 달라지는 정책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사람들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인 영입에 의한 일회성 행사에 그친다는 점과 이를 일관되게 추진할 핵심 주체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시장의 노령화에 대한 우려도 언급했다. 아울러 전통시장의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는 전문가의 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박 대표는 “속초의 닭강정집처럼 스타업체 하나가 이끌어갈 필요도 있다”며, 다각도로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통시장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색을 잘 살려 특화시키는 것을 그 방편 중 하나로 꼽았다. “전통시장에 지역활동가가 필요하다”는 박 대표는 “컨텐츠를 개발하고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은 소비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며 전통시장관리사와 SNS홍보 활동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춘천의 전통시장에는 분명 그만의 역사와 특성이 있다. 이를 토대로 지역의 정서와 문화를 덧입히고, 시장 본연의 먹거리·볼거리를 살린다면 분명 사람들은 전통시장을 찾을 것이다. 관건은 특성화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춘천의 전통시장엔 희망이 있다. 다만 춘천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찾고 싶은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상인, 지역사회, 시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춘천시가 지향하고 있는 관광도시, 그 모습 속엔 분명 전통시장도 살아 있어야 한다. 외국에 나가면 사람들은 그 나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덤으로 싸고 좋은 현지의 물건을 사고 맛을 보는 것까지. 그런 측면에서 전통시장은 꼭 가고 싶은 곳이다. 시민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춘천의 대표 공간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전통시장이 춘천에는 있다.
다음 호부터 그곳, 전통시장으로 가본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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