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30년을 춘천에서 살면서 나름대로 춘천 만들기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그동안 살면서 행정기관이 불러 줄 때만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 있었고,
그마저도 이런저런 이유로 일회성에 그치고 말았다.
그래서 시민 모두가 동참하고, 이해하고, 실행해야만 우리가 사는 도시를
보다 좋은 도시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글은 지면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그렇게 만들어진 춘천을 우리 아이들이 머물러 살 수 있는,
살기 좋은 춘천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필자가
춘천 시민들에게 쓰는 제안의 편지다.<편집자>


명품도시 춘천은 춘천의 도시환경 혹은 공간이 먼저 춘천시민이 살기 좋고, 좋아하는 공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은 외부 사람들이 춘천의 이미지를 좋게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어찌 보면 이 두 가지는 하나의 주제라 할 수 있다. 내가 좋다고 생각한 것은 남도 좋게 생각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명품도시 춘천을 만드는데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녹지공간의 확보다. 선진국의 명품도시들을 보면 규모 있는 녹지공간을 가지고 있다. 춘천의 경우도 현재 아주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미군 주둔지였던 곳이 반환돼 그 쓸모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었지만, 현 시장이 공원녹지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나는 시장의 녹지공간 사용결정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대단히 잘된 결정이라고 본다.

미국은 미국 중의 미국이라 할 뉴욕에 센트럴파크라는 대단위 공원을 만들었다. 당시는 우리로선 강화도령 철종이 다스리던 조선시대였고, 최제우가 동학을 창시하던 무렵인 1858년의 일이었다. 우리나라도 나라경제가 나아지면서 서울시가 한 일이 공원 만들기였다. 어린이대공원을 비롯해 과천대공원, 여의도공원 등 대규모 공원을 줄줄이 만들었다. 서울시는 서울숲, 북서울 꿈의 숲 등 대규모 숲도 만들었다. 국제적인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발걸음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춘천엔 아직 이렇다 할 공원이 없다. 춘천이라는 도시를 대표할 공원이 없다. 사실 공지천이라는 전국적인 명소가 있지만 우리는 그 명소를 춘천의 명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아쉬워하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주변을 정리해 공지천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

공원으로 만들어야 하는 곳이 또 있다. 춘천이라는 도시의 관문격인 안마산 구역이다. 고속도로 나들목을 나서며 눈앞에 들어오는 안마산을 공원으로 잘 가꾸는 일이다. 고속도로 나들목에 ‘낭만도시 춘천’이라는 간판이 서 있지만 그 간판은 춘천이 낭만도시라고 느끼게 해 주지 못한다. 간판만 세운다고 낭만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마산에 도시이름 알림간판을 세우고 안마산의 녹지를 잘 정비한다면, 춘천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와!’ 하고 탄성을 지를 것이다. 그렇지 않고 춘천 나들목을 벗어나는 순간 오밀조밀한 주택들이나 고만고만한 빌딩이 있다면 그야말로 춘천의 이미지는 장소적 특성이 없는 그저 그런 멋없는 도시에 불과할 것이다. 방금 ‘낭만도시 춘천’이라는 간판을 막 지나쳐 왔는데 말이다. 안마산의 활용은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는, 도시입구의 정비된 녹지공간으로서 춘천의 이미지를 확 바꿔 줄 것이다. ‘명품 도시네, 춘천은!’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 안마산을 파헤쳐 주거지로 만들려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안마산은 택지보다는 녹지로 남아야 한다. 안마산을 훼손해 택지로 조성하는 개발사업으로 녹지를 훼손하고, 그렇지 않아도 교통동선이 복잡한 곳에 복잡함을 더해 춘천의 첫인상을 짜증스럽게 만들지 않게 해야 한다. 쌍으로 봉우리를 형성한 특징적인 경관을 보이는 안마산을 공원으로 조성하고 정비해야 한다. 그것이 명품도시 춘천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명품도시 춘천은 관문인 안마산과 구도심과 춘천역에서 가까운 캠프페이지 부지, 그리고 공지천 일대를 정비해 공원화하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춘천의 면모는 녹지와 어우러진 호반의 도시로 일신될 것이다.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쓸데없는 곳에 예산을 들이는 일이 아니라 주민에게 웰빙과 힐링공간을 제공하는 일이고, 외적으로는 관광자원으로서 관광객을 유인하는 동력을 만드는 일이다.

박봉우(숲과문화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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