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와 꽃다지(수예)

 

냉이, 꽃다지.
이름만 불러도 봄이다.
바람은 아직 차가워도, 퍼런 얼굴로 납작 깔린
냉이를 캐는 마음은 이미 훈풍을 타고 있다.
긴 겨울, 그리웠던
흙내음과 냉이향 단 한번에
또, 봄이로다.
그 옛날, 험한 보릿고개를 걷는 길엔
냉이 꽃다지 나물죽도, 진달래 꽃밥도
아픈 봄이었겠다.
사람들에게 다 내어주고도 예서제서
하얗게 배시시 웃는 백치 같은 냉이꽃.
이유도 모른 채 언니 따라 나서서 노랗게 방글대는 꽃다지.
아픈 봄이었을 사람들에겐 희망이고 선물이었을 게다.
오늘의 보릿고개를 걷는 길에도
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자던,
작업장 언덕의 꽃다지가 기다리는 봄이다.
아파도 봄이다.
냉이 꽃다지가 흔들리는 봄이다.

김예진(자수공예가)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