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과 대안교육을 고루 경험한 입장에서 볼 때, 2016년은 우리나라 교육계에 있어 변곡점이 될 만한 의미 있는 해라고 여겨진다.

2016년 자유학기제 전면실시를 선포한 정부는 다른 한편 최근 국가교육과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역량중심 교육과정으로의 변화를 모색했다. OECD가 발표한 대로 미래사회에 인간이 갖추어야 할 핵심적인 경쟁력, 즉 도구활용능력, 자율적 행동능력, 이질적인 집단과의 상호작용능력을 교육과정에 반영한 것이다. 교육은 종래의 지식내용 중심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핵심역량을 갖춘 인간을 길러줄 수 있는 것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선언인 셈이다.

때맞춰 EBS에서는 수능만점자와 꼴찌, 각 분야에서 나름 일정한 성취를 이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핵심역량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세 가지 핵심역량을 측정하는 프로젝트 수행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세 학생 중 한 명은 놀랍게도 수능꼴찌였다. 그리고 반갑게도 대안학교 출신이었다. 그 영상을 보면서 파란만장했던 지난 10년이 쭈욱 지나갔다. 좌충우돌 흔들릴 때마다 내 심장도 흔들리며 함께 했던 아이들이 삶을 당당하게 경영하는 어엿한 청년이 되어 학교를 찾았을 때의 보람도 떠올랐다.‘그래! 이미 전인학교는 프로젝트수업과 인성교육을 통해 핵심역량을 기르는데 크게 기여해왔는데’ 하는 자부심과 그러나 또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연구와 실험을 계속해가야 한다는 비장함이 동시에 몰려든다. 새 학기 첫 주라서 더 그런 것일까?

전인학교는 해마다 한 해 인성교육의 주제를 정하고 개학 후 첫 일주일을 한 해 주제에 대한 PBL(project based learning)수업으로 보낸다. 올해 주제는 “마음껏 하자”다. 아이들은 “마음껏 하자”의 의미를 새기고 내가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상황극으로도 표현해 보고, 만화도 만들어 보고, 짧은 영화도 만들어 표현해본다. 그러는 사이 자연스럽게 ‘그래 올 한해는 이렇게 살아보는 거야’ 하는 목표와 열정이 자리하기 시작한다. 그 덕에 검정고시를 앞둔 9학년(중3) 친구들은 공부하자고 보챈다.
‘헉! 무슨 대안학교 학생들이 공부를 다 하자고!’

그래서 대안교육이 좋다. 맨날 놀며 체험하며 여기저기 다니고 여행하고 하는 곳인 것 같지만 그러는 동안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한 의미를 내면화한 아이들은 공부할 때가 되었을 때 알아서 스스로 한다. 그러니 핵심역량이 화두가 되는 교육과정 개정이 우리에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또 다른 의미에서 새로운 혁신을 꿈꾸고 있다.

대안교육 지형에도 변화가 있다. 행복지수 1위를 자랑하는 덴마크의 애프터스쿨을 한국에 적용한 대안학교들이 올 한해 여러 곳 개교한다. 중학교 졸업 후 진학을 하지 않고 잠시 쉬며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모색해보는 인생설계학교인 셈이다. 이러한 모색들은 지난 대안교육 20여년의 유의미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와 자유학기제 운영으로 위축되어가는 대안교육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보다 실은 다양한 체험이나 역량 있는 인간을 넘어 인공지능으로 인해 급변하는 미래사회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해야 할까 하는 고민의 반영이다. 곧 닥칠 인공지능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그것을 넘어 모두가 행복하게 삶을 지속해갈 수 있는 세상을 열어갈 인간은 어떤 인간이어야 할까? 그 답을 찾아가는 또 다른 실험으로 도전하는 새로운 시작점 2016년을 기대해 본다.

노경원(전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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