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세상의 세로와 가로들이 바빠지고 풍성해지는 때다. 들과 산의 나무와 나물이 새로 푸르러지는 때다. 이럴 때는 괜히 덩달아 허기가 진다. 이즈음의 허기는 무슨 샹들리에와 고급진 요리가 아니다. 그보다는 냉이나 속새 같은 여린 봄 것이 간절해지는 법이다.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던가. 겨울을 인내하며 싹을 틔운 나물의 생명력이 상큼한 즐거움과 함께 숭고함을 더해준다. 이렇게 봄은 잠든 미각을 깨우며 식욕도 같이 몰고 온다.

그런데 봄은 짧다. 주구장창 나물을 먹을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런데 있다. 이름도 다 모르겠는 각종의 나물과 각양의 버섯을 사시사철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요선동에 있는 일산식당! 이곳이라면 철없고 간사한 입맛을 충분히 촉촉이 적셔줄 수 있다. ‘착한가게’ 인증도 붙어 있다. 뭉텅찌개, 버섯찌개, 삼겹살 등 값도 착하다. 무엇보다 주인집 식구들의 인심도, 손도 넉넉하다. 3인분 같은 2인분에 먹기 전부터 흐뭇해진다. 등짐 가득 채취한 자연산 나물과 버섯을 밤새 다듬고 말리고 냉동 보관해 겨울에도 봄의 향을 맛볼 수 있지만, 어찌 막 따온 나물의 향연에 대할 것인가? 지금 일산식당의 식탁에는 상큼한 봄이 올라오고 있다. 그대여.

 

 

서부대성로 44번길 9(요선동 골목, 033-253-5006)

최삼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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