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가난해서 궁녀로 들여보냈던 어린 딸이
멀리 중국으로 다시 팔려가 생이별을 하고
홀로 늙어가던 어머니는
그리움이 병이 되어 세상을 떠나고
어린 소녀도 이국땅에서 외로이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녀들이 떠나고 단 둘이 살던 집 뒤뜰에서
이 꽃이 피었습니다.
엄마와 딸의 그리워하는 마음을
서로 닿게 하고픈 마음으로
두 송이의 꽃을 수놓았습니다.

 
종 모양의 꽃이 족두리를 닮았다고 해서 그렇게 불렸는데,
꽃잎이 퇴화돼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꽃이 아니라 풀이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주로 남녘에서 자라는 다년초인
이 꽃은 한국특산식물로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꽃대가 짧은데다가
넓은 잎사귀에 가려져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렇게 작은 생명이 세상에 나서,
자유롭지 못하고 주목받지 못한 삶이지만,
살아있다는 것에 얼마나 충실한지.
또 제 역할 다하고 얼마나 겸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지.
연약한 풀 한포기가 전하는 삶의 메시지는
같은 땅을 딛고 서있는 인간을 부끄럽게도 합니다.
위로와 희망의 선물은 누구에게나 배달되는 것이지요.
문을 열어 켜켜이 묵은 고독과 절망의 먼지는
봄바람에 날려 보내고
마당에 작은 풀꽃 하나 들여놓으시길 바랍니다.

김예진 (자수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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