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내게 묻는 말 중에서 내가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고향이 어디니?” 고향을 물어보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늘 난감하다. “태어난 건 서울인데요, 어렸을 때 충청남도 공주에서 살다가 대전으로 이사 갔고요, 고등학교 때 서울 용산구로 이사 갔다가 계속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내가 태어난 건 서울이지만 너무 어린 시절이어서 기억이 없다. 너덧 살쯤 공주로 이사를 가서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 있었으니 공주는 고향으로서 가장 유력한 후보지다. 그런데 공주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대전으로 전학하였으니 고향이라고 하
작년 이맘때였을 것이다, 호젓한 카페에서 창밖의 봄과 노닥거리다 눈부신 햇살에 유혹당한 듯 우리는 느닷없이 봄맞이 가자며 자리를 걷어찼다. 이른 봄이라 기온은 쌀랑했지만 눈부신 햇살은 양지바른 곳들을 충분히 데우고 있었다. 지인이 앞장선 곳은 배후령 오르는 길목에 위치한 마적산 자락의 공원묘지였다. 이승훈 시인은 고즈넉한 이곳에서 애증의 고향 춘천을 평온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시인은 1942년 춘천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몇 번을 떠나곤 했던가? 고향이지만 다정하고 따듯했던 추억이 별로 없다는 시인은 2018년 추운 겨울날 고향인 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