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813~858)은 중국 만당 시대의 대표 시인으로 수사주의(修辭主義) 문학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사랑을 주제로 한 제목 없는(無題) 시들이 유명하다. 중국 문학에서 사랑은 시가의 영원한 주제여서 중국 최초의 시가 총집인 《시경》에서도 보인다. 그러나 사랑에 관한 시는 만당에 이르러 이상은에서 꽃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은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아버지를 따라 절강으로 갔지만, 아버지가 9살 때 세상을 떠나 힘든 삶을 살았다. 그러나 17살 때 평민이던 그의 문학적 재능을 높이 산 절도사 영호초(令狐楚)가 막부의 관료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남궁현 선생의 강의는 이번 주 백거이, 다음 주 이상은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사실 이 두 사람은 강연 제목과는 달리 당송팔대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백(이태백)과 두보가 아닌 이들이 선정되었을까? 강연에서 답을 찾을 일이다. 백거이(白居易, 772~846)는 자가 낙천(樂天)이라 백낙천(白樂天)이라고 불리는데, 당나라 시의 시대 구분을 초당(初唐) 성당(盛唐) 중당(中唐) 만당(晩唐)으로 했을 때, 중당의 시인이다. 같은 시기 한유와 함께, 성당기의 이백과 두보를 묶어 ‘이두한백
왕안석(王安石1069~1076)은 문필가이지만, 정치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인종 황제에게 올리는 상소문에서 보이듯 정치적 주장을 함에 주저함이 없었다. 변법 개혁을 담은 1만 글자의 이 글은 그래서 ‘만언서(萬言書)’라고 불리는데, 실제 정책에는 반영되지 못했지만, 그의 정치적 재능을 엿볼 수 있고, 훗날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글을 올린 후 얼마 안 되어 신종의 지지를 받아 개혁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당의 기득권에 밀려 재상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부침을 거듭했는데, 신법의 시행 또한 중지되기를 반복하다 원풍
호가 동파(東坡)인 송나라의 대문장가 소식(蘇軾, 1036~1101)은 부친 소순(蘇洵), 아우 소철(蘇轍)과 함께 삼소(三蘇)로 불린다. 자식이 부모보다 나아야 부모의 은혜를 갚고, 제자가 스승보다 나아야 스승의 은혜를 갚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후세 사람들이 알아주기는 소동파라지만, 당송팔대가에 삼부자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으니 학문과 글에 어찌 우열을 논한단 말인가?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金富軾)과 동생 김부철(金富轍)의 이름이 이들 형제에서 따온 것이라니, 고려인의 그들에 대한 사랑도 엿보인다. 《당송팔대가문초(唐宋八大
어찌 세상이 표면의 이야기로만 이어질까. 꽃 하나 피기 위해서는 햇살과 바람, 땅의 양분만이 아니라 깜깜한 밤의 달빛과 수런거리는 벌레소리, 또 아무 쓰잘머리 없어 보이는 건너 산의 새 울음소리쯤이 섞여들어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 아니던가. 이래야 우리는 비로소 전모(全貌)를 파악했다고 한다. 어떤 강의도 그렇다. 표면적으로 솟은 사실의 나열만 있는 것이라면 집중과 감흥이 덜 할 것이다. 이보다는 그런 현상이 나오게 된 저간의 사정까지, 그것도 동서양 문명의 비교까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쏙쏙 들어올 것인가. 《춘천사람들》이 주최하고
중학교 교과서에 나와서 우리에게는 가훈처럼 익숙한 게 있으니 그것은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다작(多作)이다. 글을 잘 지으려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라!’라는 금과옥조인데 이는 송나라 때 문장 마스터 구양수의 말이다. 실제로 구양수는 요즘 부총리에 해당하는 벼슬에 올랐고 신당서, 신오대사 등의 역사서를 편찬했으며 시(詩)와 사(司), 문장에 모든 능한 당대 문단의 영수였으며 주역에 밝았고 금석학에도 정통했다. 어릴 적 구양수는 부친이 일찍 죽어 가난했다.(예전에는 대부분의 위인들이 가난했다. 반면 지금 위인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춘천 월정사 문화원에서는 총 8차례에 걸쳐 한의사 남궁현 선생님의 당송팔대가 강연이 있다. 5월 28일은 그 두 번째로 유종원 편이 이어졌다. 당송팔대가는 당·송 대의 여덟 명의 대문장가다. 당송팔대가는 송나라의 진서산(眞西山)이 처음으로 주창하였다고 하지만, 명나라의 모곤(茅坤)이 《당송팔대가문초(唐宋八大家文鈔)》(160권)를 편집하여 보급하여 오늘에 이른다. 그런데 강연에서는 백거이(白居易)와 이상은(李商隱)이 보태져 총 10명이 등장한다. 인물이나 작품의 선정은 원래 편집자의 의도가 반
5월21일, 목요일 오후 7시, 춘천 중앙로타리 부근에 위치한 월정사 문화원에는 당송팔대가 강연을 듣기 위해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관행 때문인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손세정제를 뿌린 후 자리에 앉는다. 코로나19로 연이어 연기됐던 《춘천사람들》주최의 신춘 시민강좌는 그 봄의 끝자락에 열렸지만, 강연이 시작되자 이내 열기가 고조 되었다.한유는 당나라 때의 문장가로 새로운 문학 혁신운동, 즉 당송팔대가의 ‘고문운동古文運動’을 시작한 인물로 동시대의 유종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문장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