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에 숨은 강원신사
세종호텔에 숨은 강원신사
  • 오동철
  • 승인 2016.08.1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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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춘천부립도서관으로 변한 강원신사 정문. 현 세종호텔 정문이다.(왼쪽 위) (사진제공=춘천역사문화연구회), 1948년 신사 정문과 비교해 본 현재의 세종호텔 정문(오른쪽 위). 1930년 당시 강원신사 수수사(왼쪽 아래)와 세종호텔 정문 아래에 보존된 수수사(오른쪽 아래)

춘천에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는 크게 4가지다. 봉의산 산록에 세워졌던 국폐신사인 강원신사의 잔재와 초대 강원도지사를 지낸 이규완의 가옥, 1933년~1934년 강원도지사를 지내고 항일독립투사와 민간인 172명을 학살한 간도특설대 창설자 이범익 공적비, 그리고 이번에 처음 공개된 봉의산 정상의 일본어 비석이 그것이다.

이 중 이범익 공적비에 대해서는 지난 2013년 8월 15일 이범익의 죄상을 낱낱이 밝힌 단죄문이 세워졌다. 그러나 일제의 잔재들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특히 조선총독부가 관리하는 국폐신사였던 강원신사의 정문과 본전, 사무실은 새로운 형태로 보존돼 있다. 강원신사가 있던 자리는 조선 말 이궁(移宮)의 객사자리로 밝혀져 일제가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해 얼마나 치밀한 만행을 저질렀는지 알 수 있다. 객사는 ‘객관’이라고도 했는데, 지방을 여행하는 관리나 사신의 숙소로 사용됐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전패를 안치하고, 초하루와 보름에 왕궁을 향해 망궐례를 행했다.

현 세종호텔 부지의 소유권 이전 내역이 기록된 구 토지대장.(자료제공=춘천역사문화연구회)



강원신사 본전 터에 세워진 불상(위쪽)과 세종호텔 건축 시 재사용된 강원신사 난간(아래쪽)

강원도는 해방 후 이렇게 중요한 건물인 객사를 없애고 세워진 강원신사를 철거하기는커녕 1956년 신사 부지를 민간에게 이전해 호텔을 신축하도록 도와준 정황이 있다. 춘천역사문화연구회(이하 ‘연구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소유인 강원신사 부지는 1956년 합자회사인 강원관광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연구회가 입수한 구 토지대장에는 1963년 12월 30일에야 소유권이 강원도에서 세종호텔로 이전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연구회는 강원도 소유의 부지를 매각한 근거서류를 요청하기 위해 2014년 행정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서류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1948년도에 촬영된 강원신사의 정문 사진에는 춘천부립도서관과 미국 공보원 현판이 또렷하게 보인다. 이 정문은 현재의 세종호텔 정문으로 1962년 세종호텔을 개축할 때 원형을 유지해 복원되었다. 이 밖에도 세종호텔에는 신사참배 전 손을 씻는 수수사(手水舍)를 비롯해 신사의 가장 중요한 시설인 본전의 골격이 그대로 남아있고, 의식전의 주춧돌과 신사의 난간 일부도 남아있다.

연구회가 보유한 사진자료를 보면 1956년 세종호텔의 전신인 강원관광주식회사가 설립될 당시 신사의 배전건물과 의식전 건물이 그대로 보존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1960년대 초 춘천군민들이 강원신사의 본전에 불상을 세우면서 강원신사의 본전 주춧돌과 골격을 그대로 살려 불상을 안치했다는 점이다.

한편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당장이라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연구회는 해방 후 일제 잔재가 청산되지 못한 채로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는 치욕적이지만, 잘못된 역사라고 해서 무조건 없애는 것보다 그 자체로 일제의 만행과 잘못된 역사청산을 알리는 교육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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