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흥우 편집국장
전흥우 편집국장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강원대 60주년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2018년 아태환경포럼’이 열렸다. 첫날 강원도 환경운동 활동가들의 라운드테이블에 토론자로 참석해 잠시라도 환경문제를 되돌아볼 기회가 됐다.

25년 전 춘천환경운동의 창립회원으로서 지역의 환경운동에 소극적으로나마 참여한 적이 있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춘천환경련, 춘천생명의숲,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원주녹색연합의 발표를 보면서 지역 환경운동의 분화를 확인하기도 했지만, 열정과 참여의 폭은 예전보다 오히려 많이 후퇴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환경운동으로 지켜낼 수 있는 것은 미약하다. ‘열 포졸이 도둑 하나 못 막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환경운동으로 하나를 지키는 동안 자본과 결탁한 국가권력은 수천수만 개를 파괴한다.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4대강 파괴를 돌아보더라도 환경운동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권력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얼마 전 트럼프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해 초래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많은 돈을 쓰고 싶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실직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기후변화협약에 노골적으로 선을 그었다. 미국이 이러니 어느 나라가 기후협약에 열의를 다할 것인가?

자본의 개발주의에 포로가 된 것은 국제사회나 중앙정부의 문제만이 아니다. 최문순 도지사의 지난 8년 동안 강원도의 환경상황은 한마디로 말해 ‘흑역사’ 그 자체였다. 골프장으로 강원도의 산들은 곳곳에서 처참하게 유린당했다.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나 동계올림픽을 위해 가리왕산을 파괴한 일은 두고두고 후환이 될 문제다. 춘천 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번 ‘아태환경포럼’의 주제는 ‘생물다양성의 보존’이었다. 생물다양성은 유전적 다양성, 종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을 포괄한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은 약 1천만종에서 1억종까지로 추정되지만, 실제 기록된 종은 곤충 75만종, 척추동물 41만종, 식물 25만종 등 140만종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수많은 생물종이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지구 생물종의 1/2 이상이 지구면적 6%에 불과한 열대지방에 집중 서식하고 있는데, 매년 7만6천㎡의 열대우림이 소멸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지구적으로 매일 50~100여종의 생물이 멸종하고 있으며, 갈라파고스 제도 식물의 60%, 카나리아 군도의 고유 식물종 75%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지구에 생명체가 출현한 약 40억년의 역사에서 지구 생명체는 5차에 걸친 대멸종을 겪었다. 고생대의 페름기와 중생대의 트라이아스기 사이에 일어난 3차 대멸종으로 지구상 생물종의 95%가 멸종됐다. 공룡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5차 대멸종은 역설적이게도 포유류의 시대를 열었다. 5차 대멸종이 있었기에 인류의 진화도 가능했다.

인류는 끊임없이 진화했고 문명을 발달시켰다. 불행하게도 인류가 만들어낸 고도의 문명이 전 지구적 대재앙을 촉발시키고 있다. 아마도 6차 대멸종이 온다면 앞선 5차례와 달리 그 원인이 인류에게 있을 것이라는 데 대해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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