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솔 (춘천시문화재단 경영지원팀 팀원)
김다솔 (춘천시문화재단 경영지원팀 팀원)

어렸을 때만해도 나는 춘천이 당연히 축제의 도시, 예술가들의 도시라 여겼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당연함이 오늘까지 굳건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춘천이 여전히 ‘예술가들의 도시다’라는 확신보다는 ‘예술가들의 도시일까?’라는 질문을 더 자주 하게 된다.

과거 90년대 춘천의 마임축제, 인형극제, 고음악제는 우리나라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축제였다. 물론 그 축제들이 지금도 멋진 축제인 것은 사실이나, 주위의 문화관계자들로부터 듣게 되는 내용은 예전의 열기와 생동감을 느끼기 힘들다는 게 현실이다. 물론, 이는 우리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고 다른 지역의 축제 모두가 직면한 동일한 문제일지 모른다. 매년 관객들에게 호기심과 흥미와 영감을 자극시킬 만한 작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시간적으로 부족할 뿐더러 예산상으로도 제한적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문화특별시를 꿈꾸는 춘천이 가야할 방향은 무엇일까?

사실, 창의성이 넘쳐나는 문화예술을 꿈꾸려면 그만큼의 창의적인 문화예술인들이 있어야 한다. 전 연령대 문화예술인의 창의성이 기본이겠지만 그래도 가장 활동적이고 창의적인 청년 예술가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청년 예술가들이 지역에 존재하고 활동하고 살아가기 위해선 어떤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까? 그 지점에 대해 우리 춘천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 지역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베를린이다. 베를린은 알다시피 두 차례에 세계대전을 치렀고 냉전시대 동과 서로 분리되었다가 평화적인 통일을 이뤄낸 도시다. 현재 베를린에는 인구의 20%인 70만명이 문화·예술에 종사하며 외국인 예술가도 약 6천명이 거주하고 있어 가히 예술가의 고향이라 할만하다.

베를린은 춘천과 비슷한 점이 많다. 예술가가 많고 과거의 건물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공공녹지 면적이 넓다. 그러나 두 도시 간 차이점도 분명하다. 춘천은 경제적 효과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꾸준히 옛 건물을 허물고 주거용 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반면, 베를린은 옛 건물의 모습을 간직한 채 새로운 성격의 공간을 만들어내며 그 공간 안에서 저렴한 임대료와 대출혜택, 보조금으로 창조적인 산업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와 시민, 기업 그리고 예술가가 함께 협력하면서 더 많은 예술가들을 도시에 품을 수 있도록 기울이는 노력은 정말 인상적이다. 예로 들어, 독일의 건설회사인 ‘아트프로젝트’는 부동산 중개, 호텔 및 레스토랑 경영에 관련한 모든 사업의 프로젝트에 예술가와 협업한다. 모든 건설 프로젝트 비용의 3%를 예술의 몫으로 할애하고 있다. 슬로건이 쿤스트 암 바우(Kunst am Bau, 건물의 예술)로,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예술적 요소와 언제나 함께한다는 가치로 활동하고 있다. 이 점은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공사비의 1~2%는 건물에 속한 공공 예술작품에 사용한다. 물론, 예산 절감 정책에 의해 삭감되었지만 최대한 예술가와 협업하려 하며 실제 아틀리에라는 담당 공무원을 배치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예술가의 작업 공간 부족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역에 인구가 많아지고 경제활동이 활성화되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저소득층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베를린도 2017년에는 물가가 20.5% 상승했고 2009년에서 2015년 사이에는 임대료가 46%나 상승했다. 그렇지만, 그에 따른 대응에 많은 시민들이 관여한다. 통계청 건물로 사용됐던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 건물에 대한 철거를 놓고 여러 예술가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손을 잡고 베를린 재무상원에 건물재생 프로젝트에 관해 프레젠테이션을 할 정도로 시민과 예술가가 도시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역할을 다하고 있다.

청년 예술가들이 살아갈 수 있는 춘천은 아마도 시민, 지자체, 예술가가 언제나 함께 소통할 자세가 있다는 것, 경제적 활동에 예술가 협업을 장려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서로가 신뢰하도록 노력한다는 전제가 지속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과연 현재 우리 춘천은 이 세 전제 중 몇 가지를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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